공정위 발표 '출자구조 매트릭스', 대기업 총수 0.44%∼2.92% 정도 지분.. 민노당, 정부가 '황제경영.방만경영' 부추겨 -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대부분은 불과 2%로도 안 되는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보면 국내 36개 기업집단의 재벌 총수들은 평균 1.95%의 적은 지분(특수관계인 포함 4.61%)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13개 기업 집단의 경우 총수 지분이 평균 1.48%(특수관계인 포함 3.41%)로 더욱 낮았다.

또 13개 기업 347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가 전체의 64.84%인 225개에 달해 대기업 소유지배구조의 왜곡 현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들이 가진 지분율을 보면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0.44%, 구본무 LG회장 0.83%,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 2.85%, 최태원 SK회장 0.73%, 조양호 한진회장 2.92%였다.

이처럼 대기업의 총수들이 극히 적은 지분으로 기업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데에는 정부의 법안시행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기준 완화 등 재계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발표는 대기업의 왜곡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출자총액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색케 할 뿐 아니라,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방만경영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 완화 이유로 "국내 기업을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방어하기 위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때문에 재벌기업의 비생산적 출자를 용인하도록 출자총액제 졸업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현재 미국의 경우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를 활성화시켜 종업원들에게 해당기업의 주식을 보유케 함으로써 친기업적인 우호지분을 늘리고 적대적 M&A나 투기자본으로부터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는 추세에 비한다면 공정위의 발표는 시대에 매우 뒤떨어진 정책으로 평가된다.  

한편 대기업 총수들의 이 같은 소액 지분확보와 기업지배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3가지 사안이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민노당은 ▲현행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 인정 대상을 최소화·단순화하고,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자산규모)을 하향 조정할 것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한도를 강화하고 적용 대상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 ▲적대적 M&A나 투기자본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노동자 소유경영 참가제도를 활성화시켜 기업이 생산적 투자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재경/대기자 kj060909@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