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회복 속도 당분간 부진.. 물가 2%대 후반으로 안정, 실업률 3.6% -  2005년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반면, 내수회복은 소폭에 그쳐 올해보다 낮은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와 환율 등 외부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연간 성장률은 3%대 초반이나 2%대까지 하락할 수 있는 만큼 확장적인 거시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16일 2005년 경제전망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경기 하강이 지속되고 서비스업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생산 증가율이 한자리대로 떨어지는 등 경기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어 올 상반기 중 5.4%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인 우리 경제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던 수출이 둔화되면서 하반기 성장률이 4.0%로 낮아져 2004년 경제성장률은 4.7%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함께 LG경제연구원은 최근들어 환율, 국제유가 등이 급 변동함에 따라 이들 변수들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6개월 정도의 경기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도 지난 2월 이후 계속 둔화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 2005년 경제전망과 특징

● 내년 경기흐름: 상저하고(上低下高), 내년 상반기 가장 어려워

2005년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둔화, 반도체 등 주력 IT제품 가격 하락, 원화 강세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내수회복은 미미한 수준에 그쳐 올해보다 0.9%p 낮은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최근의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보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 성장률은 4%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내수부문이 기술적 반등효과와 그 동안 억제되어왔던 수요 회복,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경기흐름은 현재의 경기하강기가 내년 중반경까지 지속되다가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성장률이 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은‘상저하고(上低下高)’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경제전망의 전제조건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다면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내년에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와 환율 등 외부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연간 성장률은 3%대 초반이나 2%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내수회복 속도 부진

내년 내수경기는 올해보다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에 비해 크게 낮고, 그 동안의 부진에 대한 기술적 반등효과까지 고려하면 회복속도는 저조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민간소비는 연간 1.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년간 억제되었던 소비지출 수요가 살아날 여지가 있으나 가계의 실질구매력 약화와 채무상환을 위한 저축 증가, 소비심리와 주택건설경기 위축 등이 소비 회복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계소득 측면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2004년 3.6%→2005년 2.8%)에도 불구하고 고용사정악화(실업률 3.5%→3.6%), 임금상승률 둔화(5%대→4%대) 등으로 전반적인 가계의 실질구매력 약화가 예상된다. 민간소비와 연관효과가 큰 주택건설 경기의 위축도 소비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2002년 상반기에 급증했던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집중되어 있어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 민간소비는 0.9% 정도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2년 이상 억제되었던 소비수요가 다소 살아나고, 원화절상에 따른 물가하락 등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상반기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보여 민간소비 증가율이 2.8%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의 경기확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다면 소비 증가폭은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4.5%에는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소비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소비부진은 경기순환적인 측면과 함께 소득양극화, 고용의 질 악화, 고정지출 부담 증가, 그리고 가계부실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본격적인 소비회복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부실은 내수경기가 회복될 경우 다소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높은 가계부채 수준, 취약한 부채상환능력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향후 명목GDP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가계신용 조정은 2006년경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계신용과 관련된 부작용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2001년의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을 100으로 삼을 경우 올 3/4분기 말 현재 126으로 여전히 약 26% 정도 높은 수준이다. 건설투자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보수적으로 집행될 경우 내수회복 속도를 부진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의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에도 불구하고 2004년 민간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 등이 크게 감소한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부동산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거의 제로(0.6%)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내년 건설투자의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2005년 종합투자계획이‘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떻게 실현될지’가 될 것이다. 고속도로, 철도 등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SOC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항만 및 공항시설 확충,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부문의 건설투자가 확대된다면 건설투자 증가율이 1~2%p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동산가격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주택공급 초과의 영향으로 개발 수요가 예상되는 일부 토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된다.주택 매매가격에 선행하는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01년 말 70% 정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1월에는 59.5%까지 떨어져 내년 주택매매가격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내년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고 입주예정 물량도 넘쳐날 것으로 보여 주택가격은 연간 3~5%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수출둔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 주력 IT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투자를 주도했던 IT산업의 투자수요가 둔화되겠지만 올해 대기업의 수익성 호조와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원화표시 수입자본재 가격 하락 효과, R&D와 연계된 투자계획 집행 등에 힘입어 올해와 비슷한 5.1%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투자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내수부진과 낮은 수익성, 취약한 재무 상태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들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가동률 조정으로 수요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 수출주력 기업 수익성 악화

내년 수출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성장세둔화, 반도체 등 IT제품 가격 하락, 원화 강세 요인과 함께 올해 높은 증가율에 대한 반락 효과 등으로 연간 8.0% 증가(금액, 통관기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OECD 경기선행지수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우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수출물량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출 증가율 둔화에는 물량 외에도 수출단가 하락도 작용할 것이다. 올해엔 수출 단가가 7.1% 가량 상승해 수출금액 증가에 27% 정도 기여했으나 내년 수출단가는 반도체, LCD 등 우리나라의 주력 IT수출제품을 중심으로 3%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주력 기업은 수출둔화와 함께 원화절상에 따른 원화환산 수출매출의 감소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수출금액이 8% 정도 증가(달러기준)하더라도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인해 원화표시 기준으로는 6% 감소(원/달러환율 연평균 1,000원 적용 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출 채산성 악화와 함께 일본의 재부상은 내년 우리의 수출기업에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일본은 15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분야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간의 경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 업체들이 기술 로열티를 높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시에 협력과 제휴도 가속화될 것이다. 올해 나타났던 것처럼 우리나라와 일본의 선진기업 간에는 한편에선 기술 및 특허 공유 등 전략적 제휴를, 세계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라는 양면성이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도 내수회복이 소폭에 그치고 국제유가도 올해보다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낮은 11.9%의 증가율을 기록하겠지만, 원화절상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27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는 내년에는 197억 달러 정도로 흑자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상품수지는 2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어서는 흑자를 보이겠으나, 원화절상에 따른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서비스수지 악화 폭이 크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2%대 후반으로 안정, 실업률 3.6%

2005년 물가는 올해에 비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 등이 우려되지만, 총수요 압력이 미미한 데다 임금상승률 둔화, 국제유가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 원화절상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올해보다 0.8%p 낮은 연간 2.8%를 기록할 전망이다. 2000년 기준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원화절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원화환율이 10% 절상되는 경우 소비자물가는 1.8%, 생산자물가는 2.9% 하락하는 것으로 추계되었다. 그러나 고용사정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의 추가적인 고용창출이 제약되는 데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률은 올해 보다 소폭 높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원화환율 평균 1,000원, 저금리 지속

내년 원/달러 환율은 950~1,050원 사이에서 매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달러화 약세요인이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 및 유럽의 공조 가능성 등 달러화 강세 요인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의지 약화 등 원화강세 요인이 저금리, 성장률 둔화 등 원화약세 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큰 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상 폭이 작았던 아시아 국가 통화들에 대한 절상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내년 혹은 2006년 초까지 위안화를 10% 가량 절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각국의 환율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플라자 합의 당시와 같은 주요국간 환율 공조체제가 단기적으로 구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리는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 가서야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콜금리 역시 경기진작을 위한 정책조합 측면에서 내년 상반기 중 추가적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높아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여 미국 FRB가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하반기에 상승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을 이탈하고 하반기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대외충격에 민감

내년 우리 경제는 내수회복이 미진한 가운데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대외충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올해 4.8%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경제는 내년도 성장률이 3.8%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성장세 하락은 국제유가, 환율 등 가격변수의 수준과 변동성에 의해 그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국제유가의 향방은 2005년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국제유가는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증가세 둔화가 국제유가의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기준으로 62만 배럴 수준까지 떨어진 OPEC의 추가 생산여력이 내년에는 20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여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완충 능력은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OPEC의 감산이나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의 테러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05년 국제유가는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33.2달러로 2004년 예상치인 3.6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 데에 그쳐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달러화의 움직임도 불안요인이다. 미국 달러화의 하락세와 함께 미국 발 금융 불안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미국경제는 2004년 4.2%에서 2005년에는 3.3%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 상태가 심해지면서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완만한 금리 인상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감하여 달러화, 채권, 주식의 3중 하락 현상이 발생할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도 위축될 위험성이 있다. 이 경우 국제금리의 급등 때문에 개도권 경기도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그리고 달러화의 약세와 미국경기의 둔화로 일본과 유럽경기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선진 권 경제성장률은 금년도의 3.1%에서 내년에는 2.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궤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05년의 경우 경기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5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1.4%로 떨어지겠지만 장기불황기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경제는 실업문제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이 지지부진한 데다 유로화 강세의 여파로 경제회복 속도가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 각국의 EU 편입이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2005년에도 EU경제 성장률은 2%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BRICs경제는 2005년에도 세계경제의 성장 견인차가 돼 선진권 경제의 부진을 커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여 8%대의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인도도 6%를 넘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정책적 시사점

확장적인 거시경제 기조 필요

내년의 경우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는 데다 내수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총수요 부족으로 인한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각적인 경기활성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재정정책의 경우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재정부문의 경기대응력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크다. 2005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그리고 기금 등 총지출은 208조원으로 올해 보다 6.3% 증가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통합 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과 공적자금 국채전환 소요를 뺀 관리대상 재정수지의 적자규모는 8.2조원으로 GDP의 1% 내외의 수준을 기록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적자규모는 5%의 성장을 전제로 한 경기중립적인 예산편성 방침에 기인하는 것으로 4%에 못 미치는 저성장이 예상되는 내년의 경우 통합재정수지 기준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2%, 약 16조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지난 98년과 99년의 경우 관리대상 재정수지의 적자규모를 GDP대비 5.1%와 3.9% 수준까지 확대 운용한 바 있고 내년 이후에도 가계와 기업부문의 자생적 유효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규수요 창출을 통한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필요에 따라 재정지출 규모를 좀 더 확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말 IMF협의단의 경우에도 사회간접투자 등으로 GDP 1% 수준의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금융정책의 경우에도 소비, 투자 등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책금리의 하향안정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의 경우 물가, 임금 등의 하향안정 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부진한 경제활동이 예상되는 만큼 저금리 기조를 최대한 유지하고, 실물경제의 추이에 따라서는 한 두 차례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유동성 함정’으로의 진입 여부가 저금리 정책기조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논거가 되고 있으나, 완전한 의미의 유동성 함정과 같은 상황은 상정할 수 없는 만큼, 경기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내년에는 물가안정 기조가 예상되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기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등 금리인하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므로 중소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코스트 및 부채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금리의 하향안정 기조는 내년 중, 적어도 상반기동안에는 상당기간 동안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확고한 정책리더십 회복 긴요

환율정책 측면에서는 인위적인 시장개입 보다는 급격한 원화절상이 기업 채산성 악화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환율 수준 범위 내에서 단기적인 급 변동을 제어하는 smoothing operation에 최대한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외에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미시적 차원의 정책으로는 저소득층과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 등 가계의 안정적 부채재조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거래 활성화 등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관련부처간의 주도권 다툼 등에 따른 정책 불협화음을 제거하고 정부의 확고한 정책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도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불확실성에 따른 과도한 불안 심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경제 활성화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숙 기자 lee7358@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