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설마 네가 감히 나의 듯을 거스릴려고..“하던 부분을 그대로 뒤통수 쳐 버린 것이다.

셋째, 김정일을 삐지게 김정일을 삐지게 만들어 세계만방에 개정일의 좁쌀근성을 광고해주었다.

방북일정 연장제의에 평화적(?)으로 거절하자, 김정일은 아리랑 공연 관람에 불참하고, 답례 만찬에도 불참하였다.

설사 그것이 좁쌀근성 탓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호문제가 심각함을 스스로 드러내어 체제의 취약성을 알린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양진영간 GP 철수후 생태공원조성 안을 뜬금없이 제시하여 김정일을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얼떨결에 김정일이 GP 철수를 반대하였다고 하니, 결국 현재의 안보의 기본틀을 유지시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의도적이었는지 뜬금없는 괜한 소린지는 확인할 바 없으나, 어쨌든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빚었다.

다섯째.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NLL문제를 흐지부지 시키고 거꾸로 해주를 쟁점화시키는데 이용하였다.

이왕 NLL로 우리나라 서해지역의 안보구도를 놀자판으로 만들 바에야, 그 놀자판에 북한의 해군전초기지의 보안을 위협할 수 있는 해주를 바꿔 넣어 버렸다.

공동 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하면서 해주의 경제특구 개발을 주장하였는데, 문제는 해주 근처 옹진반도 일원이 서해안에 있어서 북한의 주요 군사력 밀집지역이라는 것이다.

NLL을 대거 남쪽으로 밀어내려 그들 해군력의 보호를 꾀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해주지역 개발로 뒤통수 맞은 격이 되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남북간에 NLL의 변경이니 유지에 관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고 하니 공세적 대북외교로 판단된다.

여섯째. 개정일이 서울로 답방할 용기가 없는 쪼잔한 넘이란 걸 세계만방에 광고하였다.

노 대통령의 서울 답방요구에 대하여 김정일은 완곡히 거절하는 대신에 우선 김영남 서울 방문을 제안하였다.

이는 자신이 직접 서울을 답방하기를 거절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서울에 오기가 겁난다는 속내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이젠 배짱보다는 자신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처지를 노출시켰다.

따라서 김정일이 서울에 올 배짱이 없는 것이 증명함과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의 한계를 스스로 그어버렸기에 이번 10.4 선언은 평양에서 이루어진 단순선언에 불과하게 되었고, 선언내용의 실천에 있어서 주도권이 사실상 우리에게로 넘어왔다고 판단된다.

서울답방의 거절은 스스로 두 정상 간의 합의가 비정상적이었음을 노출한 것이니, 노무현의 깽판주의가 엉뚱하게도 김정일이의 약점을 폭로해버린 역사적 쾌거(?)였다.

일곱째. 합의한 내용도 구체적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극히 추상적이고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그저 그렇게 흐지부지한 것뿐이다.

연방제 관련하여 진척된 것은 없고, 그저 막연히 이것저것 잘해보자는 막연한 말잔치뿐이다.

우리가 실천 안 한다고 해서 뭐라고 갖다 붙일 구실도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한국내 좌익들이 이를 친북적으로 해석하여 광란을 일으킬 소지를 제공한 점도 있으나, 어차피 2007 대선을 앞두고 10. 4 선언이 아니더라도 광란의 전주곡은 준비되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별다른 변수로 보기 어렵다.

여덟째, 짧은 기간 동안 북괴의 국고를 열심히 축내고 왔다는 점이다.

수해 때문에 힘겨운 상황에 하필이면 육로 방북길 지역이 가장 수해를 심하게 입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수해복구조차 힘겨운 상황에 방북환영으로 진을 빼게 만들었으니, 김정일 밑천이 다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덤으로 각종 방문지역 등에서 북괴정권의 보안이 상당히 노출되었다는 점도 큰 소득이다.

분명히 ▲ 북한주민인권, ▲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 ▲ 북핵 폐기에 대하여는 실체적 논의가 없었던 점에서 천추에 죄를 지었지만, 이러한 우연 같은 코믹스런 방북성과는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방북성과가 의도적인 것이어서, 이러한 구국적 방안을 통하여 거꾸로 정권을 연장하려는 의도인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오랜만에 보는 대북외교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