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체포 출동에 '총기휴대'는 필수.. 경찰관직무집행법 제한 규정은 '남발'금지 규정일 뿐 - 지난 1일 전과 10범의 범인 이학범(35)을 체포하러 나간 경찰관 2명이 범인이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들어 날로 흉악해 지는 범죄 수법, 그리고 계획되고 치밀한 계산하에 이뤄지는 지능범죄에 비해 경찰의 대응 휴대장비는 통상적으로 포승과 진압 3단봉 휴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순직 경찰관들 역시 범인 이학범을 체포하러 나가면서도 권총을 휴대하지 않고 경찰의 기본장비만을 준비, 출동했다가 이같은 봉변을 당하게 됐다.

아들과 남편을 잃은 순직경찰관의 유가족들은 슬픔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현행 경찰관의 직무대응 규정이 흉악범들 앞에서는 너무 허술할 수 밖에 없다'며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경찰 관계자도 경찰관들이 권총을 휴대할 수 있지만, 직무집행상 총기사용 규정이 까다로와 '사용을 스스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흉악범을 체포하러 출동하면서도 이처럼 총기의 휴대를 꺼리는 것은 현행 경찰관 집무집행법 11조가 규정한 사용의 엄격한 제한 사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무집행법은 경찰관 무기의 사용에 있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때 경찰관이 3회 이상의 투기.투항 명령을 하고 이에 불응하거나 총기 사용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총기의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법규 규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관들은 총기의 휴대자체를 아예 꺼리는 경향이 관습화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규정한 무기사용의 엄격한 제한은 '총기사용의 남발과 이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명시된 법률일 뿐이다.

따라서 경찰관들은 현행범과 같은 긴급 체포현장에 출동할 때는 총기를 휴대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과 또 다른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흉악범 사전제압 못하면 피해 더 늘어나
경찰관, 총기휴대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

지난 몇 년 전부터 경찰이 총기 사용을 스스로 꺼리는 것은 사용에 따른 '과잉대응'문제가 경찰의 총기사용 심리를 더욱 억제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해 범인을 체포하게 되면 일단 자체 감찰 등 몇 가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총기사용을 회피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경찰관들의 이같은 수사관행이 흉악범들의 범죄심리 제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그냥 배제할 수 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흉악범죄의 경우 범인들 대부분은 자신이 상대를 물리치고 도피할 수 있는 통로를 미리 확보하게 마련인데, 출동한 경찰관이 순식간에 범인의 심리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범인은 더욱 활개를 치게 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경찰관 자신 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총기의 사용은 당연히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규제돼야 마땅하겠지만, 흉기를 든 흉악범과 맞부딪칠 수 있는 경찰의 업무 특성상 총기휴대는 필요 불가결한 도구 정도로 습관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총기휴대 자체가 금지된 국가에서 경찰의 총기사용으로 인한 범인 검거는 당연히 '과잉방위' '정당방위' 등의 논란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순직 경찰관들의 경우도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총기휴대를 했어야 하지만, 총기 휴대 거부가 관습화 돼 버린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행이 이같은 비극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경찰의 총기휴대 관행은 새롭게 짚고 넘어가야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4)의 사건과 이학범의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범인 체포과정에 있어 경찰관들의 신변안전을 우선 고려하는 방식으로 수사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용이 엄격 제한된 총기지만 만일을 대비해 출동 경찰관들은 필히 휴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재경/사회전문 대기자 kj060909@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