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작전계획(OPLAN) 5029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이 계획의 존폐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작계 5029가 상정하는 북한의 급변사태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질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점령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므로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작계 5029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작계 5029 작성에 한국군의 참여를 중지시킨 바 있다.
북한정권의 붕괴나 대량탈북 등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전시(戰時)상황이 아닌 것으로 간주해 ‘평시작전권’을 가진 한국정부가 사태수습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계 5029이전에 원론적인 문제부터 짚어보자.

한반도에는 모순되는 2중적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
휴전상태라는 냉전구조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로 가려는 평화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각기 이론적 타당성을 갖고 있기에 서로간에 양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이성을 찾는다면 타협점도 있을 수 있다.

휴전상태라는 전제에서 볼 때 북한의 재남침 또는 유엔군의 북진으로 전쟁은 재발할 수 있다.
작계 5027에 의하면 북한이 재남침할 경우 한미연합군은 이를 격퇴시키고 유엔군의 깃발로 북한을 점령한다.

이때 점령된 북한에 대한 통치권을 누가 행사하느냐가 한·미군간의 이슈로 논의되어 왔다.
이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군인들이 작계 상에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그러나 형식상 문서로 작계에 반영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작계 업 데이터時마다 논의되었으며, 한미동맹이 혈맹관계일 때에도 한·미군은 각각 자존심을 걸고 서로 양보하지 않아 지금도 미결상태이다.

미측 주장은 전쟁으로 점령한 지역이므로 당연히 군정을 펴야하며 군정의 책임과 권한은 작전권을 가진 미측이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주장이고, 한국측은 국토의 수복이므로 한국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이 잠정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서로 일리가 있으므로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

우선 종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북한군 총사령관으로부터 항복문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문서를 한국군 또는 한국정부가 임명한 임시 통치자가 받을 수는 없다.
항복문서는 점령군 사령관이 받을 것이고 이 문서 속에는 질서회복을 위한 원칙적인 후속조치가 포함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점령군 사령관에게 통치권이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질서회복이후 최단시간 내에 한국정부가 통치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우려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로 가려는 평화구조에서 볼 때 작계 5027은 불필요한 노력의 낭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로 가려는 평화구조는 좌파정권의 생각일 뿐이고, 한국의 우익세력과 부시 정부는 북한은 악의 축 또는 폭정의 전초기지에 불과하므로 언젠가 인민의 봉기로 혹은 외부적 봉쇄로 붕괴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이 계획문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이러한 가정에 바탕을 둔 대비책이 작계 5027에 반영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번에 작계 5029에 미측이 반영하려고 하였고 좌파정권이 한국군의 작계 작성 참여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국 정부가 작계 5029 폐기방침을 고수할 경우 미국은 독자적인으로 대북 우발계획을 만들 것이며, 이 경우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 7함대사령관이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미국의 작계 5029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좌파 정권에게는 북한의 붕괴는 끔찍한 상황이므로 이를 부정하고 싶으나, 현실은 냉혹하며 有備無患의 차원에서라도 군이 계획문서 작성에 참여하는 것을 정부가 굳이 말릴 성질이 아니다.

▼ 작전계획이란 ▼
북한의 전면 남침이나 우발사태 등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연합사령부의 대응 시나리오다.
작계에는 해당 지역사령부와 작전지역을 나타내는 고유번호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작계 5027-98의 경우 ‘5’는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027은 한반도를, 마지막의 98은 작계의 개정연도를 의미한다.
작계는 1∼2년마다 수정되며 세부내용은 2급 기밀에 속한다.

배성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