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안의 상정과 표결처리를 시도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실력저지에 나서면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무산됐다.

그러나 박관용 국회의장은 12일 본회의에서도 열린우리당이 실력저지를 할 경우 모든 권한을 발동해 질서유지권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표결을 둘러싼 충돌이 예상된다.

11일 박관용 국회의장은 오후 4시 25분쯤 본회의장에 들어와 여러 차례 의장석 접근을 시도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지 못했다.

박 의장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의장석에서 내려오라며 2차례에 걸쳐 경고를 했지만 결국 의장 석에 올라가지 못했고, 대치 1시간 40여분만에 더 이상 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산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그러나 12일 오전 다시 "본회의를 열어 탄핵 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겠다며, 내일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처리 시한을 28시간 남겨둔 상황에서 1차 처리 시도가 무산됐고 야당은 12일 오전 10시부터 2차 처리 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만일 12일에도 열린우리당의 저지로 표결이 이뤄지지 못해 처리 시한인 오후 6시 27분까지 넘길 경우 탄핵안은 자동 폐기되게 된다.

이날 1차 처리 시도가 이뤄지지 못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의회점거라는 폭거를 저질러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이미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인 181명을 확보한 상태라며 12일 박관용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경우 즉각 표결처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국가적인 재난을 유발하는 탄핵안은 용납할 수 없다며 내일도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은 박관용 의장의 국회 운영에 항의하고 표결 처리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는 의미로 국회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해 국회 본회의장에는 여야가 함께 철야 농성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는 "자체점검 결과 의결정족수를 여유있게 넘어선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최병렬 대표는 "당론을 따르지 않고 거부할 경우 출당과 공천박탈 등 강경 대응하겠다"면서 "국회 경위가 모자라면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국회가 우리 의사를 표현하는 일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당초 탄핵안에 반대했던 의원들 중 일부는 노 대통령이 회견에서 언급한 사과 거부,총선-재신임 연계 방침에 반발하면서 찬성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발의에 반대했던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시킴으로써 인내심을 가진 국민과 의사표명을 안한 의원들도 다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상당수 의원들이 찬성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대치정국 해소를 위해 야당이 탄핵안을 철회하고, 노 대통령과 4당 대표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정 의장은 "야당이 탄핵안을 철회하면 노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며 "탄핵안 표결 처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저지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