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와 전혀 다를 바 없다.. 행정부 업무차질 '경제적 손실 초래' - 지난 16대 국회와 만찬가지로 17대 국회 역시 여야의 대립 격화로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지난 총선 전부터 정치권은 앞다퉈 정치개혁을 주창하고 나섰지만 실상 국회 개원식을 치른지 보름이 지나도록 여야의 줄다리기만 계속된 채 원구성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4.15 총선 후 '일하는 국회.. 변화된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17대 국회 역시 16대 국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현상을 강력 비판하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직전인 3월12일,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고 그 후 헌법재판소의 5.14 탄핵안 기각 선고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은 매우 극심한 여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4.15총선을 치뤘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여론에 힘입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줄곧 주창해 오던 열린우리당 역시 17대 국회 출범에 따른 원구성에부터 다소 개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도 17대 국회 개원 전부터 부의장 선출문제로 시작해 상임위원장 및 위원배분까지 열린우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절대 양보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의 대립이 이렇다 보니 17대 국회 원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전만 거듭한 채 해결의 실마리가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팽팽한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17대 국회 원구성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 소모가 불가피하다. 

여야의 이같은 대립이 계속되자 김원기 국회의장은 오는 21일까지 여야의 원만한 합의 도출을 촉구하는 한편 만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국회운영을 정상화 할 수 밖에 없다며 최종 경고장을 띄웠다.

김 의장은 여야의 대립으로 인해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쌀 지원문제와 민생현안 등 갖가지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 국회 절차에 따라 시급한 문제들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또 국회 원구성문제 외에도 최근 불거진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이행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국민투표' 발언은 지난 4.15총선에서 열린당이 압승을 거둔 만큼 대통령의 약속은 이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낸 것'이나 다름없고, 따라서 '국민투표'는 불필요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편 여야의 이같은 국회 원구성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과 행정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 여론의 일반적 시각이다. 행정부는 업무진행에 있어 막대한 시행착오를 빚을 수 밖에 없고, 민생현안의 표류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뇌사국회'에 대한 여론의 눈총은 따갑기만 하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