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살해사건, 이라크 파병 등 국정수행 능력 검증 - 국회 총리인사청문특위는 24일 참여정부의 두번째 총리로 지명된 이해찬 총리후보를 출석시킨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열어 국정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집중 검증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 총리후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선 김선일씨 살해사건과 관련해 "이라크에서 희생되신 고 김선일씨의 비보를 접하면서 저는 이 땅에서 자라난 우리 젊은이가 왜 먼 이국땅에서 그토록 고귀한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울부짖는 어머님의 통곡을 들으며 왜 대한민국은 국민의 목숨을 보호하지 못했는가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과부터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저는 지난 70년대부터 16년 동안 재야에서 민주화 운동에 젊음을 보냈고 또 88년부터 16년 동안은 국회와 정부에서 일하는 등 모두 32년을 국가를 위해 일해왔다"고 자평하면서 "지금 우리 국정이 처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로서 일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국회와 협의하고 상의하는 '일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당정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책을 조율하고 특히,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상생의 정치를 펴는데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특위 위원들은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관련한 의혹 ▲이라크 추가 파병 ▲주한미군 감축 ▲교육부장관 시절 교육개혁 정책을 둘러싼 논란 ▲신행정수도 건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이 후보자 부인 김정옥씨의 대부도 땅 매입 의혹 등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검증과 도덕성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이 후보가 '국민의 정부' 첫 교육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단행한 교원정년 단축과 특기적성 강화안 등 각종 교육개혁 정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교원정년 단축 등 일련의 개혁 조치가 교단을 황폐화시키고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간다'는 말로 요약되는 특기적성 강화 조치가 이른바 '이해찬 세대'로 표현되는 학력저하와 공교육 붕괴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위원은 "이 후보가 추진했던 무시험 전형, 비정규직 교사 확대, 소규모 학교 통폐합, 교원수급 등 7가지 정책은 국민들과 교육계에 큰 혼란을 줬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무시험이란 용어 사용이 자신의 개혁성을 내세우기 위한 정치적 계산 때문이란 지적이 있는데 1천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추궁했다.

전재희 위원은 현직교사의 91.5%가 이 후보의 총리 지명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한 한국교총의 설문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정년단축이 교원사기 저하와 공교육의 불신을 초래하고, 특기적성 교육 강화도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켰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주호 위원은 "교육부장관 시절 정책의 졸속 추진으로 혼란만 거듭했는데 총리임명후 사회 모든 분야에서 졸속 정책이 추진되면 현재의 경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사회 각 부문에서 퇴출과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현실에서 관료개혁은 뒤로한 채 국민에게만 고통 감내를 요구하는 '개혁총리'는 더 이상 불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 청문위원인 노희찬 의원은 "장관 재임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있다"며 "학벌주의 해소를 위한 서울대 폐지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봉주 위원은 "이 후보자가 교육부장관 시절 추진한 교육정책은 당시 사회 분위기와 국민들 대다수가 반드시 해결하기를 원했던 정책"이라고 옹호했다.

같은당 이호웅 의원은 "장관 재직시 추진한 혁신적인 교육개혁 정책안은 한편으로는 학업능력 저하, 교권의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있다"면서 "이에 대한 답변과 함께 이 후보가 추진했던 교육개혁의 배경과 목적, 그리고 성과에 대해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교원 정년단축 등 일부 정책의 경우 본인의 의도와 달리 잘못 오해된 부분이 없지 않다"며 "특히 초등교원의 경우 수급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은 당시 공무원연금제도 변경과 맞물려 많은 교사가 명예퇴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며, 사교육비 증가 주장에 대해 "단기대책인 EBS수능강의 등으로 경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김선일씨 납치이후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이라크 추가파병 등 정책현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을 벌였다.

특히 여야의원들은 미국 AP 텔레비전 뉴스인 APTN이 지난 6월 초 김선일씨가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를 배달받아 6월 첫째주 AP통신을 통해 김씨의 신원 및 사실 여부를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외교부가 피랍사실을 사전 인지하고도 대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 등을 집중 추궁하면서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위원은 "김선일씨 살해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다시 한번 현지 상황을 점검한 후 파병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고 정해진 일정대로 파병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이호웅 위원은 "미국당국이 김씨의 피랍사실이 알려지기 훨씬 이전에 김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정부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한. 미간의 신속한 정보제공과 공조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전재희 위원도 "미군은 한국군 추가파병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김씨의 피랍사건을 한국공관에 4-5일 지나서 통보했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라크 추가파병이 실행되면 우리 국민에 대한 테러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라크 추가파병은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피해복구 및 재건지원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 및 국회동의를 얻어 결정된 사항"이라며 "따라서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유지와 동반자적 한. 미 동맹관계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조성태 위원은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 불변 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중대 국면을 맞이했는데 어떤 논리로 국민에게 파병의 당위성을 제시하겠느냐"고 묻고 "미국의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차출이 한미관계 악화 때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는 "앞으로 한. 미간협의는 한. 미 동맹틀 강화와 한국의 안보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연합방위능력의 향상, 우리의 협력적 자주국방 계획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이라는 원칙 하에 감축문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과 관련해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집중적인 공세에 시달렸다. 한나라당 전재희 위원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태"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수도 이전의 명분과 효과에 대해 확신한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수행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정두언 위원은 "행정. 정책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나, 교육부장관 시절 공교육 붕괴, 정책위 의장시 국민연금 파산,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 기획본부장 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 입안 등 '3대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하는 일마다 온 나라에 평지풍파만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논란을 벌이고 있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과 관련해 이 후보의 명확한 입장을 물었다.

한나라당 심재철 위원은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여당과 정부간 혼선이 점입가경인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고, 전재희 위원도 "분양원가 공개는 경쟁을 유발해 가격을 낮추자는 것인데,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원가공개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민간택지 내 주택분양은 시장자율에 맡기되 공공택지는 일부 분양원가연동제를 시행해 가격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공택지 내 25.7평 이하는 원가연동제를 확대. 시행하고, 25.7평 초과는 채권입찰제 등을 실시해 건설사 초과 이윤을 서민주택건설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후보 부인 김정옥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및 건강보험료 미납, 이 후보의 딸에 대한 '불법과외' 의혹 등 주변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됐으나 과거 청문회에서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주메뉴가 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 않아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 전재희 위원은 김씨가 지난 2002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대부남동의 땅 690평을 1억6천500만원에 구입한 데 대해 "이 후보가 연고가 없고, 경기도가 발간한 '경기도권역관광개발계획'에 따르면 당시 경기도는 이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관계당국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투기목적으로 이 땅을 매입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심재철 위원은 "토지 취득시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구입자가 부인으로 돼있고 농업경력이 15년이라고 했는데 사실과 다른 사항을 제출해서 농지를 취득한 것은 농지법 위반"이라고 투기 의혹을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돌아가신 장인이 상속금을 주면서 '정치하면서 돈을 갖고 있으면 허비하기 쉬우니 주말에 농사지을 땅을 하나 사라'고 하신 유지에 맞춰 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아내가) 농업 경력 15년이라고 쓴 것은 사실과 다른 것 같지만, 지금까지 본인이 (농사를) 계속 지었고 앞으로도 지을 예정"이라며 투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또한 전재희 위원은 "이 후보의 부인은 지난해 5월부터 출판. 인쇄업체인 'H문화원'을 운영, 이 후보와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이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 "지금까지 계간지를 3번 발행했으나 적자상태였고, 그동안 내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어 (배우자가) 별도로 이를 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심재철, 정두언 위원이 "이 후보가 장녀를 중3 때부터 4년간 불법과외를 시키다가 교육부장관 임명 전에 그만둔 사실이 있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교습을 받은 것으로 당시에도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과외교습은 법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불법과외'는 아니다"고 주장한 뒤 "또한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98년 3월에는 이미 장녀가 대학에 입학한 상태였기 때문에 '과외를 시키다가 장관 임명 전에 그만 두게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야당 위원들이 "이 후보가 대표적 재야운동권 출신 중 한 사람인데 고가의 골프회원권과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를 소유하게 된 배경과 입장이 뭐냐"고 추궁하자 이 후보는 "골프회원권은 장인께서 평소 건강을 위해 구입하라는 유지가 계셔 배우자의 상속재산으로 구입한 것이며 승용차는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한 후 안전한 승용차 구입의 필요성을 느껴 구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야당 의원들이 "불법대선자금 수수 등으로 재판받고 있는 안희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안희정씨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또 한때 같은 당에서 일한 인연이 있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후배에 대한 애정의 뜻으로 서명에 동참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책임총리제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께 국정사안에 대해 충분히 소상하게 파악, 잘 판단토록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권이 구체적 제도인데 이를 행사함에도 국정방향, 대통령 기본 입장 등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하면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이 후보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고 25일 이부영 전 전교조위원장 등 12명의 증인과 참고인 등을 상대로 주요 쟁점에 대한 진술을 들은 뒤 오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이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