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이래 30여년 만에 50대 초반 총리시대 열려- 국회는 지난 29일 오후 재적의원 299명중 289명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이해찬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찬성 200, 반대 84, 무효 5표로 가결시켰다.

이 신임 총리 인준안이 통과됨으로써 지난 1971년 박정희 정권 당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45세의 나이로 총리가 된 것을 제외하고는, 역대 총리 가운데 그가 최연소 총리가 되는 것은 물론, 30여년만에 50대 초반의 '젊은 총리'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주요직의 세대교체 바람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역대 총리직은 관료 출신이나 학계, 법조계 인사들이 독차지해 왔으나 여권의 대표적인 선거전략 및 정책통으로 꼽히는 5선 중진의원인 이 신임총리는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이던 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 80년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사회 진출 후에도 민청련 상임부위원장, 민주통일국민회의 정책실 차장, 민통련 정책실 차장 및 부대변인,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 민주평화통일연구소장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대표적 민주화 인사로, '첫 운동권 출신 총리'라는 기록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총리는 36살이던 지난 88년 13대 총선 당시 관악을에서 당선된 이래 5선을 기록했으며, 그 과정에서 97년 15대 대선의 여야간 첫 수평적 정권교체 와 2002년 16대 대선을 통한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초선 의원 시절 노동분야 입법활동에 주력, 노 대통령과 이상수 전 의원과 더불어 '노동위 3총사'로 불리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펼쳤으며, 88년 광주청문회 때에는 광주시민에 대한 계엄군의 살상 행위를 낱낱이 밝혀내는 '면도날 질문'으로 노 대통령과 함께 청문회 스타로서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도 했다.

또한 95년 조순 전 서울시장 곁에서 정무부시장으로 행정경험을 쌓았고, 김대중 정부 시졸에는 초대 교육장관으로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하며 강한 추진력 을 보여줬으나 개혁 추진 과정에서 교원정년 단축을 단행해 교육계의 반발을 샀고, 99년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일선고교 야간 자율학습과 월간 모의고사를 폐지해 학력 저하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총리의 정책기획 능력을 높이사 국민회의 정책위의장 1번, 민주당 정책위의장 2번 등 여야를 넘나들며 정책위의장에만 3차례 기용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4-15 총선직후 열렸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정배 현 원내대표에게 석패한 바 있으나, 이번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재상으로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매사에 냉철하고 분명하게 처신하고 소신과 추진력이 강한 반면 다소 '독선적이고 깐깐하다'는 비판도 듣고 있는 이 총리는 이번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대부도땅 투기 의혹, 딸 불법 고액과외 등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정책에 대한 뚜렷한 소신과 특유의 논리적 답변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이 총리는 역대 총리들과 비교해서 확연히 차별화 되는 색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총리의 지금까지의 뚜렷한 개혁성향의 행보로 볼 때 '대독(代讀)총리', '방패총리'로서 대통령중심제가 안고 있는 총리직의 한계 속에서 활동하리라는 전망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던 전임 고건 전 총리처럼 '꼼꼼한 관리형'으로 정치권의 외곽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력과 개혁성을 겸비한 '실세 총리', '강한 총리' 콘셉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따라서 여권 일각에선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로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실제로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 시절보다 훨씬 더 이 신임 총리에게 막강한 권한을 것이라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어 참여정부가 표방한 '책임총리제' 모델에 근접한 총리의 권한 확대를 이 신임총리에게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이는 5선 의원인 이 총리가 여당과 청와대 등 당. 정. 청과의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국정을 이끌어갈 때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이같은 자신에게 부여되는 '강력한 힘' 참여정부 2기 국정운영의 핵심인 '개혁 로드맵'을 실천하는 데 주력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 전 총리 시절이 '개혁 로드맵' 마련에 주력한 시기였다면, 국정2기는 이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 실적을 가시화해야 하는 시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지난 7일 노 대통령이 17대 국회개원 축하연설에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부패청산과 정부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참여정부가 내세운 핵심적인 국정개혁 과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총리의 앞길에는 당면과제인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안정을 비롯해 4-15 총선과 '탄핵정국'으로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정부혁신, 지방분권, 국가 균형발전, 국론이 심하게 분열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 등 수많은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경제 분야의 경우 기업의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 규제개혁, 시장질서 회복, 중소기업 지원 등 경제 살리기와 직결된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특히 여름철 노동계의 잇단 투쟁, 이른바 '하투(夏鬪)'의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데다, 김선일씨 피살사건 의혹 조사, 외교안보라인 시스템 정비 및 구축, 북핵 문제 해결 등 숱한 난제들은 그의 행정력과 정치력을 동시에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동'에 가까운 관료사회를 움직여 어떻게 개혁에 동참시킬지, 그리고 국정운영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로 대두된 이익집단간의 갈등과 반발이 개혁작업의 본격 시동과 함께 분출될 경우 이를 어떤 방법으로 다스릴지도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날 인준표결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찬성당론으로, 한나라당은 자유투표로 임했으나 민노당은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에 항의해 반대 당론으로 표결에 임했다고 한다.

이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오전 이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각료 제청을 받아 부분 개각을 단행, 참여정부 2기 내각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는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근태, 문화관광부장관에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김선일씨 피살사건 의혹에 대한 감사원 조사 결과 등이 나오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일부 교체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음달 10일 이후 2차 개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책사유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외교안보라인 교체는 최소화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