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임위 11:8 합의, 명분과 실리 나눠 가져.. 정보, 문광위 여당 몫, 법사위 한나라당 품으로 -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29일 가진 원내대표회담에서 한달 가까이 지연됐던 원구성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치 및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 원칙 마련 등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준비절차에 착수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에서 한나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대신 열린우리당이 정보위를 비롯한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문화관광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등 19개 상임, 특별위원장 배분에 합의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운영, 행정자치, 문화관광, 통일외교통상, 국방, 정보, 정무, 건설교통, 보건복지위원장과 예결특위, 윤리특위 등 11개 위원장을, 한나라당은 법제사법, 재정경제, 농림해양수산, 산업자원, 교육, 과학기술정보통신, 환경노동위와 여성특위 등 8개 위원장을 맡기로 합의 한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열린우리당이 법사, 운영, 문광위 등 3대 핵심 상임위 가운데 법사위원장 자리를 한나라당에게 양보한 대신 국회 회의일정을 확정하는 운영위, 언론개혁 입법을 추진할 문광위, 예산. 결산을 심사하는 예결특위 등 주요 상임위의 위원장을 모두 챙기는 등 명분과 실리 나눠 가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돼 올라온 법안들을 사실상 재심의 하는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데다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대단한 월척을 낚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법사위를 양보하면 어떡하느냐"고 협상 주인공인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불만을 터뜨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법사위를 한나라당에 양보한 대신 운영위, 문광위, 예결특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챙긴 데 이어 당초 야당 몫으로 알려졌던 행자위를 얻었고 법사. 운영. 재경. 문광. 교육위의 상임위원수를 홀수로 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실리를 추구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반드시 관철 시키라"고 독려할 만큼 관심사안이자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은 빠른 시일 내에 개혁특위를 가동하고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문구의 해석을 놓고 양당의 입장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렇듯 19개 상임위, 특위 모두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독식함으로써 민노당과 민주당 등 소수파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여야 원구성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와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은 원구성에 앞서 상임위 배치를 염두에 두고 각 '분과위'를 구성했기 때문에 상임위 정수조정안이 최종 결정되면 상임위 정수와 상임위원장 후보 등을 감안해 일부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의원들로부터 희망 상임위 신청만 받았을 뿐 상임위 배치작업을 진전시키기 않음에 따라 30일 오후 의총에서 상임위 배치 기준 등을 정해 상임위 배치를 서두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번 상임위 배치 때마다 의원들이 전문성을 이유로 자신과 직. 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상임위에 배치돼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이런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통상 3선급 이상의 여야 중진들로 선출되는 것이 관례인 상임위원장 후보로 누가 거론되고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17개 상임위원장과 2개 상설특위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 또는 특위 위원들 가운데 의원들이 이름을 직접 적어내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미리 해당 상임위와 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한 당에서 후보를 정해 의원들에게 통보하며 의원들은 이를 감안해 투표를 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에 교섭단체들이 원구성 협상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던 것이다.

與野, 당헌에 따라 상임위원장 선출

열린우리당은 일단 '위원장은 3선 이상으로 한다'는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조만간 상임위원장 후보 인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한나라당은 당헌. 당규상 상임위원장 후보를 의원총회에서 직접 선출토록 규정함에 따라 내달 1일 공고한 뒤 3일 경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사전조율을 하되 조율이 안될 경우 경선을 통해 선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1개 상임위 중 운영위원장에는 천정배 원내대표 당연직으로 맡고, 정보위 문희상(3선), 국방위 유재건(3선), 문광위 김원웅(3선) 통외통위 임채정(4선), 행자위 이용희(4선) 의원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위원회 중 예결특위위원장으로는 정세균(3선), 김한길(3선), 강봉균(2선), 홍재형(2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정무위원장에는 정세균, 김한길 의원 중 예결특위위원장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나 유인태(2선), 김영춘(2선) 의원 등이 거론되며, 보건복지위원장으로는 당초 교육위원장이 유력했던 이미경(3선) 의원을 비롯한 유시민(2선), 장복심(초선)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건교위원장은 이석현(3선), 이호웅(2선), 박병석(2선), 이강래(2선) 의원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윤리특위 위원장의 경우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법사위원장에 최연희(3선) 의원을 비롯해 재경위원장 박종근(3선), 김무성(3선) 의원이, 산자위원장 맹형규(3선) 의원을 비롯한 임인배, 이상수, 김무성 의원 등 3선 의원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교육위원장에는 황우여(3선), 안상수(3선) 의원이, 농림해양수산위원장에는 권오을(3선) 이경재(3선))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에는 김영선(3선) 김무성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에는 안상수 전재희(2선), 이경재 의원이, 여성위원장에는 김영선 의원 등이 도전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7월 1, 2일 양일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3일 임시국회를 폐회한 뒤 5일부터 15일까지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 상임위원장 선출(5일), 상임위 활동(6∼8일), 대정부 질문(9∼12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