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민주당제공=30일 국회에서 실시된 김선일씨 피랍사건 청문회 장면>

김선일 피랍사건 청문회, 외교.안보라인 책임 거론.. 與野 일부 의원 파병철회 주장 - 국회 '김선일씨 피랍사건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유선호)는 7월30일 김씨 피살사건을 둘러싼 의혹 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부의 김씨 피랍 사전인지 여부와 외교. 안보라인의 문제점,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행적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여야의원들은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 및 협상능력 부재를 일제히 질타하면서 김씨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과 향후 유사사건 재발 방지대책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영진 전 외교부 차관이 김씨 사망과 거의 같은 시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구출이 희망적'이라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의 사전협의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추가파병이 이라크 파병 장병 및 교민에게 새로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며 파병 철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조영길 전 국방부장관,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 등 증인 11명이 출석했으며, 불출석한 AP통신 기자에게는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우선 여야 의원들은 지난 5월31일 김씨 실종후 무려 23일이나 경과한 뒤인 6월23일 알-자지라 방송 보도 때까지 김씨 피랍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데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정부 사전인지 여부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김씨 실종 여부에 대해 AP통신 서울지국이 지난달 3일 외교부에 정식 문의하기에 앞서 이라크 현지 대사관 등에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정부의 피랍사실 조기인지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려 증인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AP통신 한국기자와 통화한 정모 외무관에게 "일단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이라크에 주재하고 있는 자국민 명단에 이런 사람이 있는지 우선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지난 6월2일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을 출입한 사람 가운데 AP통신 현지기자인 'Reid'와 이름이 비슷한 'Raid'가 출입한 사실이 출입명부에 나와 있다"고 주장하면서 "AP통신 현지 기자가 테이프를 입수한 직후 대사관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린 게 아니냐"며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며, 같은당 전여옥 의원도 "AP통신 바그다드 지국이 이라크대사관과 이라크 주둔 미군에겐 문의한 사실은 없는가"라고 가세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반 외교장관에게 "테러첩보가 국정원 보고채널을 통해서만 보고되고, 이라크대사관은 첩보를 무시하고 외교부에 전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추궁했으며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도 "국정원이 NSC와 외교부에 테러첩보를 통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지 파견관이 이라크대사관 전 직원에게 첩보를 전파한 만큼 이라크대사관이 외교부에 사후보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교부가 NSC에 보고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반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라크 대사관과 외교부의 초기 대응의 미숙함을 지적하며 교민보호법 제정 등 적극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불리한 정보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김씨 납치 이후 정부의 외교안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라크대사관과 외교부는 김천호 사장이 밝힌 피랍 날짜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곧바로 NSC에 보고하지 않은 채 최소한 12시간이 지나서야 보고했다"며 "외교부가 고의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김성곤 의원은 "테러활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었고, 첩보도 인지됐지만 현지 교민들에 대한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등 정부가 재외국민의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며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과 종합적인 교민안전대책을 초구했다.

같은당 유승희 의원은 "국가재난 관리계획에 따르면 전쟁위험지역에 대해 자체 점검표를 작성하고 현지 관계당국과 연락 및 협조체제를 구축해야한다"며 "이같은 관리계획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김씨를 납치한 '유일신과 성전'은 과격단체라는 각국 정보기관의 정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공식 첩보수준의 보고를 근거로 희망적인 견해를 외교부를 방문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라며 "NSC의 코드에 맞춰 대통령의 입맛에 맞을만한 정보만을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한 것"이라고 따졌다.

같은당 권영세 의원도 "김씨의 납치 동영상이 알-자지라 방송에서 방영된 이후 NSC 15번, 외교통상부 19번의 회의를 열었지만 같은 내용만 반복하면서 우왕좌왕했다"고 지적하면서 "자동적이고 신속한 지휘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이라크대사관은 지난 4월 가나무역 직원 13명을 '체류불가피'로 결정해 출국권고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정부가 교민에 대한 테러를 사전에 예방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고 지적하면서 필리핀이 자국민이 납치된 직후 이라크 철군방침을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김씨가 납치된 후 정부가 추가파병방침을 재확인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지면서 파병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여야 특위 위원들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김씨에 대한 구명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김씨 피랍 인지시점과 석방을 위해 접촉한 인물 등 당시 김 사장의 행적을 캐는 데 주력하면서 특히 김 사장이 김씨가 납치된 뒤 자신의 행적에 대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이라크 현지조사단장으로 갔다온 바 있는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은 김 사장을 상대로 "지난 5월 이후 김씨 사건이 알-자지라에 보도되기 전까지 이라크대사관으로부터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를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으로 전달받았는가"라고 묻고 이런 정보를 직원들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를 추궁했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김 사장이 지난달 21일 연합뉴스 바그다드 특파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다음날 현지 대사관 진술서에서 번복한 데 대해 "6월23일에는 이틀 전 인터뷰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인터뷰를 하고 24일에는 대사관에 가서 다른 내용의 진술서를 쓰는 등 나흘간 3가지 점에서 다른 진술을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나 김 사장은 "거짓 진술을 해서 마음이 아팠지만 미군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미군 압력설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권영세 의원은 김 사장에게 "6월22일 오전 미군이나 미군 군납 업체 관계자를 만났는지, 만났으면 무슨 얘길 했느냐"며 미군의 사전인지 여부와 함께 김 사장이 김씨와 동행한 현지 운전사를 6월21일 만났을 가능성도 집중적으로 따지면서 "팔루자 무장단체의 지도급 인사가 김 사장에게 4차례나 직접 경고했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8월2, 3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청문회에는 반 외교장관을 비롯한, 유보선 국방차관, 장재룡 외교부 본부대사 등 외교, 국방라인 실무자들 등 관련 증인 및 참고인들이 참석해 신문에 응할 예정으로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등 외교당국의 피랍사실 사전인지 여부와 피랍 후 정부 협상 등 사후 대응과정을 따지는 한편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실태, 자이툰부대 파병에 따른 안전대책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초. 재선의원간 역할 분담을 통해 김씨 피살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향해 접근해 나갈 방침이지만 이라크 현지조사 활동과 기관보고, 방문조사 등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자료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이번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지는 의원들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설령 김씨 죽음의 의혹을 시원스럽게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정부 외교, 안보라인의 문제점과 향후 대책만큼은 매섭게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달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이라크 과격 무장세력에 의한 한국인 추가 테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최소한 제2, 제3의 김선일 사건 발생은 막아야 한다는 데 국정조사의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미숙한' 국정운영 실상을 도마 위에 올릴 방침이며, 정부의 책임 회피성 행태도 강도높게 따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라크 추가파병은 한미동맹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는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은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통해 제공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밝혀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