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병희>

열린당, 야4당에 특위 구성 공식 제안.. 한나라, '경제회복'이 가장 우선 순위 - 노무현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국회내 '과거사진상규명특위'설치가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여야는 16일 각각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따라 특위구성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은 특위 추진을 위해 야당에 적극적인 추진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경제가 더 시급한 시기라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부산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국회내에 만들 것을 한나라당과 민노당,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에게 정식으로 공식 제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의장은 또 "과거사진상규명특위의 기본정신은 과거사로 인한 국민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당은 그 명칭을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로 명명했으면 한다"며 세부적인 명칭까지 거론했다.

특히 신 의장은 "진상규명 대상은 친일 반민족행위 뿐 아니라,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 일체"가 돼야 하며, 여기에 각 당이 추천하는 역사학자와 사회지도자들이 참여해서 중립적으로 활동하고 합의안을 만들어내면 된다는 추진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 의장은 또 "특위는 무슨 갈등을 유발하거나 처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해서 의혹을 풀고, 억울한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보상해 드리자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김갑수 부대변인은 "과거사 진상규명이 어떻게 정쟁의 수단이 될 수 있느냐"고 가세했다.
 
김 부대변인은 "모든 것을 국회에서, 의회중심으로 풀어나가자고 먼저 제안한 건 한나라당 이라면서, 지난 5월 3일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간에 맺어진 '5.3협약'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한나라당이 가장 집착했던 부분이 바로 '의회중심주의'였다"고 주장했다.

또 김 부대변인은 "그런 한나라당이 국회 안에 과거사 진상규명특위를 구성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대통령을 공격하더니 국회 안에 특위를 구성해 진실을 밝히자는 데 한나라당이 이토록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국회 내 과거사 특위 구성과 선거법개정을 주문한 노무현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한마디로 '희망가'가 아니라 '절망가'였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민생경제가 무너져 내리는데 과거사 캐기에나 매달리자는 것"이냐면서 "서민들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한 데 대통령은 엉뚱한 일에나 매달려 있으니 국민이 낙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현재의 모든 국정현안문제를 역사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정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 경축사가 나간 이후 그 보다 더 분개하고 더 탄식해 하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을 정도로 험악한 여론이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생경제가 파탄지경이어서 국민의 분노와 좌절은 폭발직전이며 시시각각 경제상황은 더 악화돼 국민은 희망을 다 잃어가고 있는데, 대통령은 국민통합으로 난국을 극복할 생각은 않고 과거사와 선거법 개정에 국회가 나서 달라니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되물었다.

임 대변인은 또 "새로 과거사 특위 구성을 하기에 앞서 여야 합의로 이미 구성해 둔 규제개혁특위와 일자리창출특위를 먼저 활성화해야 하며, 선거법 개정은 대통령이 나설 일도 아니고 지금 당장 시급하게 처리 할 문제도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사 캐기에 올인 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은 안하고 안 해도 되는 일에 너무 집착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대변인은 "최근의 과거사 캐기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력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된 '역사주체 교체' 음모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 뒤 "노무현대통령이 지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도탄에 빠진 경제를 살려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국회내 '과거사진상규명특위'설치 제안에 대한 여야의 이같은 엇갈린 반응은  앞으로 특위 설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특별법' 등 과거사와 관련한 법 제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에서 노 대통령의 '과거사진상규명특위'제안은 여당의 법안 추진에 한층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야당은 노 대통령의 국정추진 순위가 뒤바뀐 격이라고 맞서고 있어 과거사진상규명특위는 그 구성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