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세대교체, 의정전반 걸쳐 변화 물결 몰아칠 듯.. 내년 4월 재보선 놓고 각당 기세잡기 전략 구사 - 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9월1일부터 12월9일까지 100일간의 회기를 시작한다.

'변화와 개혁'이란 시대적 화두를 안고 대장정에 돌입하는 이번 정기국회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난 4-15총선을 통해 확보한 과반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 개폐 및 친일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과거사 관련 입법 등 개혁 입법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야당인 한나라당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정통민주개혁세력이 입법부의 과반을 차지한 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로서 민생경제 살리기와 개혁입법에 매진하겠지만 서로 주장이 다른 부분은 끈질기게 토론 협상하되, 끝내 타협이 안되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과반의 힘'으로 밀어붙일 뜻을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는 노 정권 1년6개월에 대한 비판과 평가하는 자리"라고 전제한 뒤 "따라서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하면서 국익과 민생에 역점을 두도록 하겠지만 여당이 정당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면 온몸을 던져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이번 정기국회가 순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처럼 일단 여야 모두가 개혁의 당위성에는 뜻을 일치하면서도 태생적 차이와 상충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놓고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대립과 반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으로서는 여당이 강도높게 추진할 개혁드라이브 속에서 이념적 대척관계에 있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의 목소리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느냐 하는 것도 큰 과제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상생보다 투쟁이 우선시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여야가 지난 16대 국회처럼 국민을 절망에 빠트리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상생' 보다 '투쟁' 정치 앞세울 듯
여론 감안한 '천차만별' 전략 구사

그 이유는 4-15 총선을 통해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의회의 권력지형이 바뀌고, 여성을 비롯한 정치신인을 중심으로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의정 전반에 걸쳐 변화의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지난 총선에서 과거의 계보, 보스정치가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초선 당선자가 전체의석 (299명)의 62.5%에 달하는 187명이나 되고, 여성 당선자가 역대 최다인 39명(13%)이나 차지할 정도로 변화된 정치환경이 이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기국회 폐회를 기점으로 여당의 과반 유지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월말 열릴 예정인 국회의원 재보선 정국이 2월 중순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극한의 정쟁 가능성을 줄이는 시기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점을 미뤄 볼 때 17대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당은 주요 사안별로 여론을 살피며 당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차별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지난 8월30일 정기국회 워크숍을 열어 상임위별로 취합된 개혁 관련 입법을 압축해 100대 개혁과제를 정했으며, 한나라당은 28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 동안 광주, 전남 지역을 돌며 '호남 껴안기'를 겸한 의원 연찬회를 개최해 정기국회에 대비했다.

이처럼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여대야소 정국을 바탕으로 각종 개혁법안들을 차질없이 처리함으로써 집권 2기에 접어든 참여정부의 개혁드라이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감세정책 등 경제. 민생관련 법안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간에 적지 않은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주요개혁입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면폐지'와 '폐지 불가' 방침을 놓고 여여, 야야간에도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이번 정기국회의 가장 큰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죄 등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반국가단체의 정의 중 '정부 참칭' 부분을 삭제해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과 전면폐지안을 놓고 소속 의원들간에도 이념적 차이에 따라 양보없는 논란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9월초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최종결정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이 상당 정도 사문화돼 상징성만 남아있는 수준이 된 만큼 불고지죄, 찬양고무죄 등 일부 시대흐름에 뒤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개정하자는 입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최근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걸 계기로 '폐지 불가' 목청을 높이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인 민노당과 민주당은 이미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정했다.

고려사왜곡-과거사 문제 등 집중 거론
고비처의 수사 및 기소권 부여도 쟁점

여권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법과 관련해서도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23일 국회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법이 발효되는 9월23일 이전에 진상규명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제정해 1945년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국가폭력과 인권유린, 의문사에 대한 진상조사작업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지난 2월23일 제정된 친일진상규명법은 일단 발효해서 시행한 다음에 개정 여부를 추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과거사 규명에 있어서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학자들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에서 친일행위 뿐만 아니라 용공, 친북 활동에 대해서도 절저하게 조사하고 산업화세력의 공과에 대해서도 평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신설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성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권력부서' 핵심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기소권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강력한 찬성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극심한 반발에 대비해 현직검사를 고비처에 파견해 수사 및 기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절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측이 내놓은 고비처안 자체에는 반대하되,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조사를 위한 고비처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서는 특검제 상설화 등을 통해 처리하자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다.

언론개혁 문제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신문개혁에, 한나라당은 방송개혁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방송과 신문 대리전'으로 비쳐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열린우리당은 3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고,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 상한선을 30%로 설정하는 내용의 언론개혁입법을 검토중이며, 신문시장 정상화방안으로 신고포상금제, 공정거래위 조사요원 확충, 신문고시 강화, 경영자료 신고 의무화, 부가가치세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방안으로 KBS수신료의 통합공과금 분리납부, MBC 민영화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제시한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 등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역행하는 것이자 '언론 길들이기'라고 간주해 반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이 초, 중, 고교와 대학의 교직원 임면 문제와 관련해 교원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학교장이 제청한 사람을 이사회에서 임면토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제2 신용카드대란 놓고 與野 의견 대립
백지신탁제 추진....의견 절충과정 진통 

또한 법인 이사장과 그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해당 법인학교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이사회의 친인척 비율을 현행 3분의1에서 4분의1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를 재정자립도와 학교 교육여건 등을 감안해 독립형, 의존형, 공영형, 공립전환대상 등 4개로 분류해 차별 운영하는 방안을 입법화하기로 했다.

독립형은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고, 의존형은 재단 전입금 비중이 5% 이상이어서 자율성이 존중되기는 하지만 공공성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공영형은 재단 전입금 비중이 5% 미만으로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공립전환대상은 사학재단의 비리가 유죄로 확정되거나 분규의 장기화로 학교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을 우선으로 추진키로 했다.

공직자윤리법은 열린우리당이 고위공직자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제 도입을 추진하되 단순히 신탁기관에 맡겨 놓는 게 아니라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17대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백지신탁제를 적용해야하되, 재경위와 정무위 등 경제관련 상임위에 속하지 않는 의원의 경우 백지신탁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백지신탁제는 추진하되, 취득경위 등의 공개는 반대키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신탁 대상에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포함시키기로 하되 신탁기관에 '처분권한'까지 주는데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연기금의 주식, 부동산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정기국회 초반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당의 방안은 경제침체와 증시실패를 덮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럴 경우 공적 연금의 안정성을 훼손, 부실화하는 등 '제2의 카드대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전면 허용에 반대키로 하고 오히려 기금운용에 대한 국회심의를 강화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가진 뒤 상임위 활동을 벌여 9월22일과 23일 경에 지난해 세입, .세출과 기금, 예비비 등에 대한 결산을 처리하고, 10월4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어 국회는 10월 25일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고 2005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며, 10월26-27일 양일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실시하고 10월28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정부질문을 벌인 뒤 12월1-,2일경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고 12월8일과 9일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한 다음 폐회할 예정이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