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병희>

한나라, 대통령과 다수당 영향력 행사 '불 보듯' 뻔해.. 열린당, 23일 제정법 발의되기 전 반드시 처리 - 정치권의 과거사 진상규명 논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열린당과 한나라당은 과거사진상기구의 성격과 국회규명특위 구성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당은 한나라당이 과거사 진상기구의 성격이 '정략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그 기구의 '독립적' 구성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당초 주장처럼 '학술원 산하에 전문학자들로 구성된 기구를 두는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의총에서 "친일진상조사법 개정안을 오는 23일 제정법이 발의되기 전 반드시 처리해야 하며 그래야만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강행의지를 나타냈다.

천 대표는 "지난 16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친일진상규명법은 당시 한나라당의원이 위원장인 가운데 법안이 만들어진 만큼 이것을 바로잡아서 23일 발효되도록 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여야가 진상기구의 성격과 국회내 특위구성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사 진상기구는 무엇보다도 '국가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천 대표는 "우리가 과거사를 밝히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했던 억울한 국민들에게 진상을 규명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사진상기구가 국가기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로 천 대표는 "과거사를 제대로 밝히고, 밝힌 진상을 토대로 국가의 결정에 의해 명예회복과 보상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면서 '독립적'인 진상기구를 구성하는 것만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당 운영위원회에서 "과거사 진상기구가 국가기구로 돼서는 안 된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김 대표는 또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이런 기구는 원칙과는 명백히 위배될 뿐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사 진상규명기구는 정치색,권력의 영향력 배제라는 전제와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 3개의 원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못 박았다.

김 대표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정략적인 과거사 들추기가 아니라 온전한 현대사 조명을 원하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민간기구에 맡기는 것이 가장 옳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의 이같은 기존입장 고수는 열린우리당이 1일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가칭)라는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된 국가기구로 설치하자'는 내용을 담은 과거사정리기본법을 이번 정기국회 때 제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분석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가 과거사 진상기구의 설치 등 그 목적에는 동감하고 있지만 기구의 소속과 성격 등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여야의 의견일치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야 정확한 해답이 나올 전망이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