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병희>

열린당, 서울시 '관제데모' 공문발송은 정치적 문제.. 한나라, '단순한 문서 대행'사안일 뿐 -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서울시의 '관제데모'논란이 점차 정치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내주부터 시작될 국감에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펼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내내 대정부 질문장마다 여야의 팽팽한 공방이 이어진데 다, 여야는 아직 곳곳에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역시 파행국회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마자 여야는 국가기밀 누설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양당 의원들을 국회윤리위에 맞제소하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여야는 다음주부터 펼쳐지는 경제분야 국감에서는 상호 정쟁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책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여야의 이같은 대화분위기 조성과는 달리 9일 확인된 서울시 행정국장 및 행정과장 명의의 지난 9월 14일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대한 일부 자치별 구청장의 행사협조 공문은 여야에 또 다른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시가 자치구에 200명씩 참석토록 서울시 일부 구청장의 협조를 요청하는 '업무연락' 발송은 서울시가 '관제데모'를 주도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이는 정부의 신행정수도건설을 방해하려는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했다.

특히 열린당은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지난 6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열린당이 서울시의 관제데모와 주민동원지시를 담은 서울시 공문서를 제시했음에도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한술 더 떠 '위조공문'이라고까지 반박한 것은 법치와 국가의 기강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또 신행정수도건설은 수도권 과밀화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가 추진중인 중요한 국가시책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앞장서서 방해하는 불법행위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로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서울시 '관제데모'책임론 거론과 달리 천정배 원내대표는 "다음주부터 여야의 정쟁을 자제하고 정책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표의 이 발언은 서울시 '관제데모'에 대한 여당의 압력에 야당의 반발을 미리 잠재우고 대화의 창을 열어놓겠다는 '유화기법'의 의미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의 지난 9월 14일 일선 구청에 대한 공문발송은 단순한 '연락대행' 사실에 지나지 않는데, 열린당이 이를 빌미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뜻을 견지했다.

한나라당은 또 국정감사에 열중해야 할 열린당이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여론 확산방지 및 유화 목적을 내비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정략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국회윤리위원회에 열린우리당을 맞제소 하는 등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한 합리적이고 원할한 수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서울시의 '관제데모' 논란에 이어 불거진 공문발송 사실은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또 다른 공방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여야는 국회 윤리위에 서로 상대 당 의원들을 맞제소한 상태인데 다 각종 정책적인 문제를 두고 양당이 계속 충돌을 빚어왔기 때문에 여야가 내세우는 다음주부터의 경제국회운영은 아직 낙관할 수만은 없다. 

여야 양당 지도부는 "이제 더 이상 여야는 정쟁을 피하고 민생경제와 사회문제 부분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지만, 갖가지 사안을 놓고 각 당의 정략을 앞세우던 정치권이 갑자기 그 분위기를 바꿔 '대화노선'을 지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4월 총선 전까지만 해도 앞다퉈 '정치개혁'을 주장하던 여야가 실상 정기 국정감사에서도 정쟁으로 일관한 것에 대한 여론의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따라서 여야는 앞으로의 국감운영에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