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호 책임 떠넘기기 '급급'.. 비판 수위 높여 여론호도에만 열중 - 17대 국회가 그야말로 '낙제점'에 가까운 국회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회기 기간중 일부의원들이 쏟아내는 막말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까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회들어 처음 실시되는 대정부질문장에서 국회의장단이 야당의원의 질의 시간에 마이크를 꺼버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나라당의 거센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 한나라당은 국회의장단에 사과를 촉구하고 나서 사태는 예상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여야의 대립현상은 정기회기가 시작되면서 열린우리당이 추진을 서둘러 온 4대 개혁입법안이 원초적 불씨로 작용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열린당이 내세운 국가보안법폐지와 사학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에 강한 반발을 나타냈고, 열린당은 야당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개혁법안을 강행하면서 여야의 충돌은 시작됐다.

또 이해찬 국무총리가 유럽순방 중 한나라당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낸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 한동안 정상적인 국회운영이 불가능했는데 다 대정부질의장에서 '마이크를 꺼버리는 사건' 등의 발생은 여야의 대립현상을 국회 스스로 자초한 셈이 됐다.

이와함께 지난 12일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당 의원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한나라당에게는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실마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과로 가까스로 정상화된 국회가 '마이크 사건'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발언 등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정상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자 열린당과 한나라당은 휴일에도 상호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비난공세 높이기에 열을 올렸다.

열린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속좁게 굴지말고 좀더 대범해야 할 것"이라면서 "2차례에 걸친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질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서영교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초선인 최모, 정모의원 등의 최악의 대정부질문은 도대체 그들이 어떻게 살아온 사람들이 길래 초선이 저렇게까지 할까 궁금하게 했고, 그들의 과거는 지금의 그들을 그대로 설명할 만큼 놀라웠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준을 그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부대변인은 정부와 여당, 국무총리에 대한 인신공격, 색깔론으로 도배된 한나라당의 대정부질문은 '한나라당의 수준이 낮고 속까지 좁네'라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며 이럴 바에는 "국회 밖으로 뛰쳐나갔던 한나라당이 차라리 나가서 안 들어오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누구누구의원은 정부와 총리를 공격하고, 누구누구의원은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고, 또 누구누구의원은 뛰어나가 의장에게 대들고, 나머지 의원들은 혹시나 모를 몸싸움이나 대비"한 것은 "한나라당이 아예 역할 분담을 하고 대정부질문에 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당의 이 같은 주장에 맞서 한나라당은 "야당의원의 발언을 봉쇄한 국회의장단은 사과해야 한다"며 "여당 출신 국회의장단이 잇따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야당의원의 국회발언을 듣기 거북하다고 마이크를 꺼버린 행위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야당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테러행위며, 헌정이래 이렇게 무지막지한 의정단상에서의 야당탄압은 유례가 없는 일로 결코 좌시 할 수도 좌시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 하루에 국회의장과 부의장에 의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은 서로 사전약속이나 모의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인 만큼 "국회의장단은 무조건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이 부대변인은 최근 국회의장단은 물론 국무총리, 여당의원에 의해 연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헌법무시, 국민무시, 의회무시, 언론무시 행태가 바로 오만한 현정권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이 같은 대치국면은 내주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나라당은 국회 의장단의 사과를 요구한 만큼 사과의 가부 결정에 따라 국회 등원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또 만일 국회의장단의 사과가 이뤄진다 해도 한나라당은 열린당의 4대 개혁입법 강행추진을 막기위해 갖은 묘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여 이번 17대 첫 국회의 정상적 회기운영 마감은 이미 '물 건너간 것'과 같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