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과 한나라당의 '4인대표 회담' 시한이 오늘로 다가온 가운데 양당은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 열린 예정인 4인대표 회담 역시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27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어제까지 나흘에 걸친 여.야 4인대표 회담에서 열린당은 각 쟁점 법안에 대해 나름대로의 유연한 협상안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지만, 야당측이 협상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야당이 단 한치의 타협안이나 협상안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공허한 반복만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야당측의 이 같은 태도는 시간을 좀 더 지체시켜 4대 개혁법안의 처리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장은 야당의 시간 끌기 협상전략에 말려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며, 열린당도 지난 한해동안 국민들과 약속했던 몇 가지 법안이라도 처리를 해야하는 만큼 오늘 열릴 예정인 4인대표 회담에서는 야당의 보다 성실한 협상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열린당이 제안한 개혁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같은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 대표는 어제도 한나라당이 전혀 그런 입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도저히 4인회담의 결실을 거둘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또 당내 많은 비판과 오해를 감수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4인회담을 한 것인데, 이것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제는 국회법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며 열린당 단독처리 강행의지도 시사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어렵게 성사된 여야 4자회담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지켜야 될 가치는 분명히 지켜야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만약 끝까지 지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반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여당에서 하자는 대로 하면 되지 여태까지 우리가 애를 쓰면서 그 가치를 지키려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는 절대 손상시켜서는 안되며, 우리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이고 소중한 가치가 4대 법안 하나하나에 담겨있기 때문에 함부로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의 4대 입법 밀어붙이기의 원천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는데 노 대통령이 최근 자세전환을 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근래 움직임을 보면 그동안의 관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강경한 주장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어 매우 혼란이 크고 혼선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한나라당은 4인대표회담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사안들이 '국가정체성이라든가 헌법정신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들'을 거두어들이기만 한다면 대타협을 도출, 끝까지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두 거대 야당의 의견차로 어렵게 이뤄진 4자회담이 결렬되는 분위기로 전개되자, 민주노동당은 '파탄난 4자회담을 해체하고 두 정당은 정상적 국회질서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민노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의를 저버리고, 개혁을 밀실 뒷거래로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며 성공할 수 없는 시도였다"면서 4자회담 해체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또 민노당은 4자회담이 국회의 공적 기능과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탈법행위이며, 국민의 개혁열망을 짓밟는 야합으로 규정하고 4자회담은 말 그대로 '개혁을 죽이는 정치행위'로 규정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