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黨, 한지붕 속에서 두가족이 딴살림을 차린 듯 '비난' - 열린우리당이 지난 총선과정에서 국민들과 약속한 각종 개혁작업 추진에 혼선을 빚으면서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총선 전부터 과감한 정치개혁을 주창해왔던 열린당은 총선 후 지금까지 당 서열 정리와 6.5재보선에 몰두하면서 민생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 하다. 또 청와대와 의견조율 등 여당으로서의 생색내기식 정책에 급급하다 보니 총선과정에서의 공약정책은 추진자체가 불투명하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공공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서조차 당내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논란을 거듭하고 있고, 총선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열린당의 이같은 우유부단한 처사가 계속되자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이제는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열린당에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열린당 지도부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빗발치는 여론은 무시한 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3일 천정배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고, 신기남 의장은 역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당의 정책위를 질타하는 등 직접적인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또 최근 열린당은 당내 인사들의 입각설에 따른 당사자들간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이어진데 다, 요즘 들어서는 경제사령탑의 인사편중에 따른 내부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함께 열린당은 청와대와의 관계정립까지 혼선을 빚고 있어 집권 여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에는 매우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열린당의 개혁작업이 혼선을 빚게 되자 야권도 연일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2일 '민생정책 외면에 따른 각성'을 촉구하며, 결코 좌시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도 3일 수석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열린당은 아파트 분양원가를 놓고 혼란만 부추기더니 이제는 한지붕 속에서 두가족이 딴살림을 차린 듯 하다"고 비난했다. 
 
배용수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백지화에 따른 비난이 거세어지자 열린당은 정책위 의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 질타를 가했다.  

그는 또 열린당이 총선공약을 발표해 표를 얻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선거때의 약속을 뒤집느냐며, 공약을 실천하고 책임질줄 아는 공당의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배 수석부대변인은 공약인지 아닌지도 챙길줄 모르고 '공약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무지막지한 행동은 집권 여당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정책혼선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열린당이 이번 총선에서 예상외의 많은 의석을 차지하더니 이제는 기고만장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당내 계파간 보이지 않는 기득권 싸움까지 일어나 개혁은 정작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여론층은 "열린당이 현재처럼 정책혼선을 거듭하고 청와대와의 관계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이 주창해온 정치개혁은 이미 실현 불가능하고 공허한 '미시여구(美辭麗句)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