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추진중인 신행정수도 기본 구상도>

野, '특별법 폐기'주장, 박근혜 입장표명 변수 -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특별법 폐기' 문제가 17대 국회 초반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수도' 왜곡공방까지 일어나는 등 공방은 날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해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고 강도로 압박하고 나섰으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TV 토론에 출연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정면돌파를 적극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 수도권 일부 의원들은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찬성으로 통과된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의 폐기를 주장하면서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당론 결집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박 대표의 입장 표명 여부가 '행정수도 논란 정국'의 중대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전대통령의 '임시수도' 발언 왜곡공방까지 제기하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정국의 최대이슈로 부상한 행정수도이전 논란과 관련해 그동안의 수세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국민투표 위헌'을 주장하며 야당에 대한 역공에 적극 나섰다.

즉 지난해 16대 국회에서 "(행정수도이전문제는) 헌법상 국민투표 대상도 아닌 사항"(김영일 전 사무총장), "국민투표를 말하는 것은 국회를 경시하는 행위"(이상득 전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주요당직자들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행정수도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대입장을 취했으면서도 이제 와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반전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대통령 정치특보를 지낸 문희상 의원은 "국회가 먼저 폐기법안을 내야 국민투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김근태 전 원내대표 "3-12 탄핵 쿠데타는 제1의 대선불복이고, 신행정수도 번복은 제2의 대선불복"이라고 주장하는 등 당내 핵심인사들까지 나서 대야공세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전 출신인 박병석 의원은 "한나라당이 근거없이 사실을 왜곡시켜 호도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를 그만하고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예상되는 문제는 국회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자"고 대야 공세에 가담했다.

또한 여당과 청와대는 국민투표 논란에 대해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수도' 이전 발언까지 공개하면서 고강도로 압박하고 나섰다.

논란의 실마리를 박 대표로부터 풀려는 속내가 확연한 여권의 논지는 분명하다. 즉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박 대표의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숙원사업이었으며, 박 대표가 지난 4-15 총선 당시 충청권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앞장서 실천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원내대표는 20일 개인 성명에서 박 대표를 향해 "고 박 전 대통령께서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정당한 것이고, 참여정부가 하고자 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잘못된 것인지 답하라"면서 "총선 당시 전국을 다니며 신행정수도 건설을 차질없이 뒷받침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도 답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청와대 이병완 홍보수석도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977년 박정희 전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법을 제정하고, 78년엔 연두기자회견에서 임시행정수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따라서 이번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이런 역사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연두회견에서 '수도 서울의 인구가 너무 많다. 너무 과밀하고 비대해져 도시로서의 기능이 점차 마비돼가고 있다. 서울은 사람 못살 도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공개하면서 "그후에도 정권마다 행정수도 건설문제가 나왔고 새삼스런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도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해 TV 토론에 출연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BC TV '100분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중계될 이번 토론은 오는 24일 오후 10시쯤 시작되며, 여야 정치인들은 참석하지 않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들이 출연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노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 문제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소상히 밝히고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호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완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행정수도 문제에 대해 또다시 정면돌파식 해법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높다.

이는 행정수도 논란의 극적인 해소를 통해 집권2기 출범이후 조기 개각 무산과 정책 혼선 등에 따른 당. 청간 불협화음을 일거에 잠재우고,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쥐는 1석3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노리는 '노무현식 정면돌파'가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노 대통령의 TV 토론 출연을 긍정 검토하는 것은 일단 명분과 논리면에서 유리한 국면을 점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처리한 상황에서 야당이 이를 뒤집으려는 것은 정치적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청와대측 논거다.

게다가 박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충청권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놓고 이제 와서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당론조차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한나라당내 의견이 분산돼 있는 것도 여권에겐 전혀 불리할 게 없다는 계산도 일부 깔려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지난번 탄핵안 강행 이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여론의 엄청난 역풍을 맞았던 점을 고려한 듯 "노 대통령이 던진 미끼에 또다시 걸려들어선 안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한편 이같은 여권의 공세에 한나라당은 대여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이 문제를 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대응에는 여야를 떠나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천도 문제를 오로지 국민의 뜻과 나라의 이익을 위해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폐기법안 제출은 (한나라당이)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당리당략을 떠나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며 "부결되더라도 국민투표 요구는 계속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으며, 이재오 의원도 "우리가 지난날 우리들의 잘못을 정말 진솔하게 반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폐기법안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동조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폐기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야당의 수적 열세로 인해 통과시킬 수는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폐기법안 주장은 대(對) 국민 홍보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안상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특별법을 폐기하고 정부기관 일부만 이전하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과 국민투표 권고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당내 유일한 충청권 출신인 홍문표 의원도 "지금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되, 행정부만 가는 것으로 절충점을 제시하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행정수도 취지에 맞게 행정부 일부만을 옮기는 방향으로 사업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강경개혁파 주도의 당내 최대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는 오는 29일 이명박 서울시장 등을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행정수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세확장에 나설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잇따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 사실을 거론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하자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수도과밀화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수도를 건설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며 '서울은 국제도시로서 여러가지를 갖추도록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면서 입수된 문건을 공개했다.

박 대표도 전 대변인을 통해 "당시 아버지가 '임시수도'라는 말을 썼지, '행정수도'라는 말을 안썼다"면서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는 4-5년간 (이 문제를) 연구했고, 매주 보고 받았다"고 말해, 수도이전에는 오랜 기간의 검토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