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및 기권여부 밝힌 의원 답변철회 잇따라.. 표결 공개 극도 거부감 표출 '의원-평당원' 난기류 형성 -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찬반 기표 여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배포하고, 이에 의원들이 잇따라 응대하고 나서 는 등 논란이 일어났던 소위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양심고백운동'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현재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이탈한 김원기 국회의장을 비롯한 이해찬 국무총리를 등 총 46명의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 및 기권 여부를 밝힌 가운데 답변 철회가 잇따르는 것은 물론 표결내용 공개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표출되면서 의원과 평당원 사이에 난기류까지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체포동의안 반대자 색출운동'은 지난 1일 '열성 평당원'들이 긴급 모임을 통해 질의서를 채택함으로써 불거졌다.

이 질의서 내용은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반 중 어느 쪽에 기표했는가?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우리당의 동료의원들에게 어떤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보는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당 의원으로서 어떤 자세를 당원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보는가? 등 3개 항목을 담고 있으며, 이 질의서를 소속 의원실에 일일이 전달하면서 4일 자정까지 답변서를 제출토록 요구했었다.
 
이들은 열성당원 246명의 지지서명도 담겨 있는 질의서에 답하지 않는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까지 놨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김원웅,유시민,강창일,권선택,김영주,박기춘,서갑원,안민석,유기홍,이화영,정청래,정성호,지병문,최재천,홍미영 의원 등 15명만이 이들이 요구한 기일 내에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시한을 넘긴 이후에도 의원들의 답변이 잇따랐던 것이다.
 
지난 6월29일 표결에 참가했던 열린우리당 의원은 143명이고, 찬성 121, 반대 156표였다. 찬성표를 던졌을 게 거의 확실한 민노당 10표와 민주당 9표를 뺀다면 여당 의원 중 적어도 40여명 이상이 체포 동의안에 '반대'했다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공개 질의에 대답하는 의원이 100명을 넘어간다면,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칫하면 '공개 재판'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등 역풍이 적지 않게 불기 시작했다.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무기명 비밀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는 등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반발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또한 많은 당원들 사이에서도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신념과 소신에 따라 투표할 권한이 있다"며 "당을 깰 수도 없으니 당장 공개 답변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우선 신기남 의장이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바람에 '의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6일 평당원들의 공개질의에 답변했던 내용을 스스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의원측은 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당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개별 의원의 투표 내용 공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기왕에 나온 설문지 답변은 보좌진이 이 의원과 대화를 통해 확인한 것이나, 당 게시판에 올릴 것인지는 보고하지 않아 발생한 혼선"이라고 해명했다.
 
정봉주 의원도 7일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다고 모두 비개혁적인가"라며 "당원들의 움직임은 의미가 있으나 색출해 출당 시킨다는 '마녀사냥' 식 접근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은 지도부가 대응을 잘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금배지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표결에 대한 비밀보장 의무를 지키지 않고 굴욕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면서 지도부의 대응과 답변 의원들의 처신도 문제삼았다.

특히 정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따른 현역 의원의 줄 구속 사태와 관련해 "소장파 검. 판사들이 현역의원을 떨어뜨리는 게 마치 출세의 지름길로 생각하는 듯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며 "일단 구속수사하고 보는 검찰의 관행 때문에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얘기가 나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은 '찬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올린 답변에서 "당론으로 (찬반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투표 결과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투표내용 공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실명투표 등 제도적 개선에 집중하자"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광철 의원도 "당원들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후적으로 체포동의안에 찬반 중 어느 쪽에 기표하였는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변하고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동료의원에게 어떤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설문지의) 질문을 대하고는 의원 개개인의 양심과 판단에 대해 강박하고 줄 세우는 것 같은 답답함과 모욕감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어떤 쪽에 기표했는가 밝히고 싶지 않다"고 거듭 공개를 거부했다.
 
우윤근 의원도 "보좌진이 올린 것"이라며 답변을 철회해 비판대열에 가세해 가열시켰다. 유기홍 의원을 비롯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고 밝힌 적지 않은 의원들도 "반대의원이 누구인지 발본색원하는 것보다는 이번 파장을 통해 의원들이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이같은 반발과 온건론에 대해 이번 작업을 추진 중인 당원들은 "이미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들은 질의서에 추가로 서명할 당원들을 모으면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강화하는 등 아예 이번 기회에 평당원들의 힘을 과시하겠다는 기세다.
 
특히 이번 '체포동의안 반대자 색출운동'을 주도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평당원 박정욱씨는 "어느 특정인을 몰아내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하면서 "다만 '우리중 우리가 아닌 사람, 우리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걸러 내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떠한 어려움을 가져온다 해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강경한 '각오'를 보여 적지않은 충돌이 예견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