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5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기자회견과 검찰 출두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힐 것으로 알고 이것이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에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원론적인 입장 발표에 머물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전 총재의 전격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고도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들임으로써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한편 이 전 총재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초 강수를 두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눈치다.

청와대는 이 전 총재의 느닷없는 초 강공에 대해 "달리 선택할 게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초 강수를 둠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면서 이 전 총재가 기자회견과 검찰 출두는 별로 잃을 게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같은 청와대측의 반응은 가만히 있다가 검찰수사를 받는 것보다는 자진 출두한 뒤 구속되면 희생양이 되고, 구속되지 않으면 정면돌파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만일 이 전 총재가 사법처리가 될 경우 가져올 정치적 파괴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앞으로의 전개과정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로 해 어떤 내용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재신임 시한으로 제시했던 15일이 지났고, 자신의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에 비해 10분의1이 넘으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입장에 대한 부수적 설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