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귀국한 다음날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고 100억원 수수를 전면 시인함으로서 한나라당이 자칫 풍전등화에 내몰릴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20일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이 전 총재가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 의원의 SK 비자금 수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며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이 전 총재는 옥인동 자택에서 측근들로부터 최 의원의 100억원 수수 시인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는 말은 안 하지만 전혀 당혹스러워 하는 입장은 아니다"면서 "최 의원이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다고 해도 이 전 총재나 사조직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재의 사조직을 부국 팀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만일 돈이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면 이 전 총재가 묵인할 사람도 아니다"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전 총재 또 다른 측근도 하나같이 돈이 사조직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최 의원의 개인적 유용가능성도 배제하면서 당의 공 조직으로 공을 넘기는 듯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국팀에 관여했던 한 핵심 인사는 "부국 팀은 선관위에 등록한 이회창 의원 후원회지 사조직이 아니다"면서 "특히 이 전 총재가 의원직 사퇴직후 당 직능특위로 흡수됐고, 선관위에서 실사까지 마쳤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을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SK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된 현금 100억원 중 상당액이 한나라당 공식 선거기구에서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되지 않고 집행됐다는 주장이 나와 자칫 한나라당이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국 팀의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당시 최 의원이 받은 돈은 이 후보 개인 후원회인 부국 팀이 아닌 당 조직으로 흘러든 것으로 안다"며 "이 돈은 최 의원만이 아닌 일부 의원이 선거활동의 비공식 보조비 등으로 나눠 사용했다고 들었다"고 말해 한나라당의 공식 선거자금으로 지출 됐음을 강력히 시사해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이기창 기자 daebbang@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