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 등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고건 국무총리가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고 총리의 행보는 과거와 달리 소신있는 발언을 지향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이 달라진 고건 총리의 행보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부터 "대통령과 그 측근 때문에 재신임 정국이 초래된 것으로 본다"며 직설화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 노 대통령이 파병 문제로 "부시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게 사실이냐"는 민감한 질문도 주저 없이 고건 국무총리는 "조건부, 연계로 해석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저희들도 해명을 했고, 뭐 그런 친서가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직접 응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송두율 교수 문제에 대한 강금실, 이창동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않아 공식석상에서 질책했다는 얘기까지 털어놓아 과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온 평소 행태 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견지했다.

또 22일 국무회의에선 호주제 폐지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자 더 공부해서 다음주에 다시 논의하자며 차관회의를 통과한 민법개정안에 이례적으로 제동을 거는 등 달라저도 너무 달라졌다는 말이 정부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이 고 총리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신임 정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는 것과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고 총리의 국정 챙기기를 흠집 내고 청와대와 총리실을 이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고 총리의 변화가 노 대통령이 재신임 발언 전에 총리인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고, 12월 개각 방침도 사전 통보 없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힘으로서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자존심이 상한 것이 아닌가를 주목하고 있다.

현 내각의 미숙한 일 처리와 산적한 현안도 총리직에 미련을 버리게 하는 요소일 수 있다는 판단과 대통령의 당적 이탈로 인해 대 국회 관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설을 일축하면서 총리의'소신 행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낳을 소지는 있지만 예전 총리들에 비해 책임과 비중이 강해졌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라며 그 해석을 달리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