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선 자금 "특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야당의 대선 자금만 수사하겠다"는 의도라며 특검의 전면적인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위해 "검찰수사에 철저히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특검을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듯 한 입장"을 밝혔다.

대선 자금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2일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3일 특검의 전면적인 수용을 거듭 촉구하고, 노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의 대선 자금만 수사하겠다는 의도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병렬 대표는 민주당과 자민련과 함께 대선 자금과 측근비리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최대한 설득하되 협상이 미진할 경우 단독 처리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사덕 총무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는 관계없이 3개의 특검법안을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야 3당간의 협상이 생각보다 잘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총무는 이어 대선 자금과 관련한 모든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책임총리제나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박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어제 기자간담회는 검찰을 상대로 사실상 수사방향을 지시한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진실규명을 위해 특검을 수용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반해 열린 우리당은 대선 자금 대한 전면적인 검찰수사를 주문했다.

김원기 열린우리당 공동위원장은 이번 검찰수사는 "정치부패구조를 발본색원하는 절호의 기회로 비록 열린우리당이 상처입고 휩쓸려갈지라도 수사에 철저히 협력해 새 정치를 이루는 데 앞장서겠다"고 검찰 수사를 지지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이 비록 대통령직까지 휩쓸려갈지라도 부패구조를 철저히 청산하고 그 위에 새 정치를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고 "책임총리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논의는 대선 자금 수사의 초점을 흐리려는 당리당략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수 전 총무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자금 문제와 관련, "2, 3일 안으로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며 공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모종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구체적인 공개시기에 대해 검찰 소환 전이 좋을 지, 검찰 출두 시점이 좋을 지 여부를 당 차원에서 논의해달라"고 당에 주문했다.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대선 자금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측근이 수뢰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자금 특검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또 "대통령 스스로 마치 검찰총장처럼 행동하거나 열린우리당 총재처럼 행동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라면서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제도개혁에 앞서 대선 자금 모금과정과 사용내역을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3일 "검찰수사를 통한 대선 자금 전모 규명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검찰수사가 왜곡된다면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서 뿐 아니라 대선 자금에 대해서도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선 대통령이 특검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진전된 자세를 보인 것 같다"며 이처럼 말했다.

김재경 기자 kj060909@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