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정치권에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의심을 받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이 다음주 초부터 검찰에 소환될 예정인 가운데,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소환대상자들이 조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이들을 강제구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찰에 소환될 기업 관계자들은 삼성과 엘지, 현대차와 롯데 등 이른바 5대기업의 그룹 핵심관계자나 자금담당 임원들로 정당에 자금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출국 금지했으며 이 사람들이 소환대상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정치권에 제공한 대선 자금의 규모와 자금전달 과정에서의 적법성 여부,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 조사하고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대선 관련 회계장부의 제출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아직 기업 관련 출국금지자가 10명을 넘지는 않았지만 수사진척 속도에 따라 훨씬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열린우리당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날 소환 통보를 받은 당 후원회 박종식 부장과 재정국의 공호식, 봉종근 씨 등은 소환에 응하지 안았고, 민주당 쪽은 자료 준비가 아직 덜 됐다며 소환에 응하지 안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종식 부장은 6일 검찰에 나오겠다고 밝혔고, 최돈웅 의원의 백억원을 당사로 옮긴 재정국 간부 2명은 구 민주당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소환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억 수수의 당사자, 최돈웅 의원 역시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주말 소환예정이었던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에 대해 "물어볼 것이 많이 생겨 소환날짜를 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불법 대선 자금 추가수수 부분에 대해 김 의원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의 경우는 당시 선대위 재정국장을 지냈던 김홍섭 씨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이상수 의원은 6일쯤 다시 검찰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송광수 검찰총장은 "전체를 봐야한다. 전쟁이라는 게 그렇다. 전쟁 전체를 봐야지. 전투장면 하나하나를 보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한 평가가 아니다"라면서 `전쟁`이라는 표현은 "전면전 의미가 아니고 전체를 봐달라는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검찰수사팀은 기업 쪽 수사에 앞서 정당 실무자들을 조사해 이미 가지고 있는 불법 대선 자금 단서를 포착하고 그 이후엔 진짜 몸통수사인 정치인들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예상외로 수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검찰과 정치권의 힘겨루기 작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