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갑신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모든 일에서 큰 보람과 기쁨을 거두시고 모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또한 올해는 온 국민이 화합하여 국운이 더욱 융성하고, 특히 우리 정치가 제17대 총선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한 차원 더 발전하는 뜻 깊은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작년에 우리는 국가적으로 여러 차례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도 많은 난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모적 정쟁과 국론분열은 국가의 기본마저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불황은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7천만 한민족의 존망이 걸린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를 넘겨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 난맥상을 보면, 자칫 국가의 존립기반 마저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이 계속된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오늘의 위기를 잘 극복해 보다 성숙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민주적 규범의 진작과 더불어 갈등 해결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아무리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더라도 그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 사회의 건강성은 결코 훼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듯이, 위기가 중첩되는 엄중한 국면일수록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요구되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새해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갈등과 대립의 응어리를 말끔히 녹여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앞으로 나아갑시다.
입법부는 행정부처럼 위로부터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와 관심사를 밑으로부터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해갈 수 있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아울러 입법부는 급속한 산업화와 사회변동에 따라 증폭되는 사회갈등을 정치적으로 조정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함으로써 정치과정의 정당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화된 공론의 장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불법 대선자금 파문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서 거듭 확인된 바 있듯이, 정치개혁은 이제 더 이상 유보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경기침체는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서 최선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과 정치불안은 국가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힘을 내세운 대결의 정치만으로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이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합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21세기 들어 우리는 각 분야에서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겸허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과거로 퇴보할 수도 있고, 반대로 21세기의 희망과 비전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당면한 국가적 난관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진정 선공후사의 참된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새해에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국정의 중심축으로서 민주정치발전을 선도해 갈 수 있도록 더 큰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고,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관용 국회의장 신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