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안풍사건 재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로부터 직접 94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이후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강 의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YS측은 당시 현철씨 변론을 맡았던 여상규 변호사 등을 통해 "YS가 돈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강 의원과 정반대의 진술을 하고 있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의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YS 연루 의혹을 최대한 차단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건 당사자가 김 전 차장이기 때문이다. 상도동에서는 조만간 김 전 차장이 안기부 자금을 당시 신한국당의 누구에게 줬다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YS 감싸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YS측은 김 전 차장이 밝히는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따라 YS가 취하게 될 향후 대응에 변수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안기부 자금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검찰의 재조사에도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도동 측근들은 YS가 강 의원의 진술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어 본질적인 대응책 마련에는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S는 8일 평소 운동을 하는 인근 수도산 배드민턴 동우회장 이취임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안풍사건에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상도동의 한 관계자도 "신문과 TV 등 언론의 보도상황도 매일 스크랩 형태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7일 오후 상도동을 방문, YS와 30여분간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박 의원은 8일 취재진에게 "상도동을 찾아가 강 의원의 진술에 대해보고도 하고 여러가지 상황을 말씀드렸다"면서 "지금 일절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YS의 입장을 전했다.

이에따라 YS는 당분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사태추이를 지켜 볼 것으로 분석된다. 또 YS가 평소의 정면돌파 스타일대로 성묘차 마산 선영을 전격적으로 찾는 등 정치적 액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병희 기자 byunghe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