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과 이라크 파병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 된데 대해 각 당 지도부는 일제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두 안건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각 당은 법안 처리 무산에 상대당의 잘못이 더 크다며 책임 떠넘기기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1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는 참으로 "국민 앞에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면목 없는 하루였다며 국가적 현안인 두 안건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총무는 또 각 당과 긴밀히 협력해 오는 13일쯤 본회의를 열어 두 법안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두 법안처리가 무산 된데 대해 "원내 제 2당의 대표로서 크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법안을 어제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기로 각 당이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국회의 현 수준을 드러낸 것으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해찬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우리당 조차 책임감이 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치적인 비상사태인 만큼 자신의 철학과 소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줘야 한다"며 반대를 주도한 의원들에 간접적 불만을 표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정부 파병안과 기존 당론이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지만 13일 또는 늦어도 16일까지는 처리가 불가피하고 FTA 비준동의안도 그때까지는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각 당이 한목소리로 두 비준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약속하고 나섬에 따라 빠르면 이번주 중이나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두 법안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비준안 처리 무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서로 표를 의식한 정략,눈치보기,무책임의 극치라는 단어를 동원하며 서로를 맹 비난하고 나서 최종 의견 접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두 비준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런 상황인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여당으로서 국정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유용태 민주당 원내대표는 "두 비준안에 대한 정부의 설득노력이 부족했고 열린우리당조차 파병안에 반대하는 등 당정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여권을 비난했다.

반면 박영선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FTA비준안 처리 유보와 관련해 총선에서 표만 의식한 야당의원들의 짧은 소견으로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만들고 있다"며 그 책임을 야당으로 돌렸다.
 
또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9일 국회가 보여준 행태는 과연 국회가 이 나라에 존재해야하는지 절망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익과 국가장래를 최우선시 해야 할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정당의 당리당략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욕으로 국가를 망치는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또 국회가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 있다면 이토록 철저하게 국민을 모독하고 절망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국회는 국민앞에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자성할 것을 촉구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