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탄핵 추진 땐 스스로 붕괴 '경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정한데 대해 정치권에 탄핵공방이 가열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은 탄핵추진을 위한 공조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은 선관위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야권의 대통령 탄핵론 부각은 스스로의 붕괴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선관위의 결정은 대통령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민주당과 이 문제를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최병렬 대표는 4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서둘러 탄핵을 추진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민주당과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는 "당 법률구조단의 검토 결과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법리적으로는 탄핵사유에 해당하지만, 정치적 판단을 위해서는 다른 당과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중앙선관위의 결정으로 대통령 탄핵을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본다"면서 "노 대통령이 일련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죄하지 않는다면 당 차원에서 탄핵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대표는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도 사전 선거운동은 아니라는 애매한 결정을 내린 것은 선관위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선관위원에 대한 문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적, 능동적, 계획적으로 볼 수 없다며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선관위와 대통령에 대한 조치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수석 보좌관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결정을 일단 존중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이병완 홍보수석이 전했다.

청와대는 또 선진 민주사회에선 광범위한 정치적 활동이 보장된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선거개입으로 재단하는 일은 없다며 "우리도 이에 걸맞게 제도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선관위 해석에 유감의 뜻을 거듭 표시했다.

특히 이 수석은 정치권도 더 이상 대통령의 국정활동을 흔들어 정치이익을 도모하려는 정략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야권의 탄핵거론 움직임을 정면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도 "선관위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자율적인 판단이라기 보다는 야당에 의해 강제된 판단이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한 정치적 발언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례도 있다"며 "방송토론회에서 행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개입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