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彈劾' 정국이 4.15 총선 핵심 '뇌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각 당은 총선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23일 선출된 박근혜 신임대표체제로 당의 이미지 탈바꿈에 주력하는 모습이고 민주당은 추미애 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문제를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가 하면 열린우리당은 '탄핵철회'를 주장하며 민심을 공략에 나섰다.

앞으로 22일 남겨둔 제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는 투표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가져올 전망이어서 야당은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한나라당은 24일 여의도 중앙당사를 옛 중소기업 전시관 터로 옮기고 천막속에서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착수했다.

총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대표를 선출한 한나라당으로서는 현재 박근혜 대표 체제로의 당내 여론 결집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지만, 여기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탈 세력의 단속 또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또 한나라당으로서는 처음 맞게 된 여성대표 체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해 나가느냐가 이번 총선의 핵심 포인트가 되겠지만, 박 대표의 지도력에 따라 당의 분위기 쇄신은 빨라질 수도 있다.

만일 17대총선에서 박 대표가 이끈 한나라당이 다수의 원내 1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정치적인 파괴력은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전통보수세력을 기조로 한 당내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박 대표가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는 산적해 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진두 처리한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매우 힘든 선거로 치러야 할 전망이다. 특히 당내 전통 지지기반인 호남지방 여론 역시 탄핵안 통과 이후 상당히 돌아서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탄핵안 처리에 앞서 당초 민주당은 이같은 여론의 반격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처럼 일방적인 여론의 공격은 의외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또 총선을 22일 남겨둔 이 시점에서 추미애 선대위원장 체제 출범을 놓고 진통을 거듭한 끝에 결국 추 의원을 배제시키고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앞으로도 당분간 당 내분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돼 열린우리당과의 지지세 격차를 좁히는 것이 가장 큰 난제로 떠올랐다.

지난 선거 때마다 볼 수 있듯이 호남지방의 민심은 민주당을 전폭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민주당에서 갈라선 열린우리당도 호남민심에 주요지지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공략할 수 있는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승패는 달라진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지난 12일 노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상당히 효과적인 총선고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폭발적인 당 지지도 상승은 그야말로 기대밖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촛불집회'와 재야 단체들의 '탄핵안철회'성명 등은 열린우리당에 적지 않은 힘을 불어넣어 그 어느때보다 호재를 누리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열린당의 지지도 상승은 특별한 '정책대안'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시한이 지나면 대부분의 거품이 빠져나갈 것이란 지적도 상당하다.

또한 탄핵안 통과 후 사퇴의사를 표시했던 열린당 의원들이 불과 열흘 뒤 사퇴의사를 철회했고, 이에대한 야당의 '대국민사기극'이라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어 4.15총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열린우리당이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미지 변신에 역점을 가장 두어야 한다. 현재의 급진적 개혁성향은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내기 어렵고, 창당이후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정책대안'이 미비하다는 여론의 지적도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남아있다.

 
◆자민련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에 상당히 힘을 보탠 자민련은 최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열린우리당의 치열한 공방속에서도 자민련은 상당히 의연한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다.

이번 4.15총선에서 자민련은 지난 16대총선때 보다 더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된다. 탄핵안 가결 이후 주요지지기반층인 충청지역 민심을 열린우리당이 조금씩 선점하고 있는 데 다, 수도권 이전문제 역시 자민련보다 열린우리당에 더 많은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 자민련소속 내각 출신들의 비리연루 문제가 당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가져왔고, 최근에는 이인제 의원이 금품수수의혹으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는 등 17대 총선은 그야말로 자민련의 생사가 달린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가 욕심을 버리고 진작 명퇴선언을 하고 당의 간판을 좀더 젊고 진취적인 인물로 교체했었으면 이번 총선에서 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요즘 정치권의 흐름이 486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김 총재가 망각하고 있다는 뼈있는 일언(一言)이기도 하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