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헌재'결정 알고있는 것 같다
국회 탄핵으로 모든 직무가 정지돼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잇따른 회동을 가지면서 한나라당 등 야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각으로 노 대통령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7대 총선 직후에 이어 지난 5일 또다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2번째 회동을 갖고, 국정현안과 차기 총리내정문제 등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야권과 일부 여론층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4.15총선전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골적 지원발언이 대통령의 정치개입에 따른 선거법에 위배 문제로 이어지면서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유의 사태를 빚게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3.12 탄핵이후 약 두달간에 걸친 직무정지기간 중 지도자로서 진정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여론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 일부에서는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 보수층 시민들 사이에서는 탄핵이후 불거진 '촛불집회'가 '사회불안을 선동하고 17대 총선을 열린우리당에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노 대통령 자신이 이같은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우당 핵심 지도부가 만나 김혁규 총리카드를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노 대통령이 이미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알고 있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이같은 움직임이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여론을 형성, 기정사실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잠재해 있는 것이며 이는 결국 '노 대통령이 탄핵이후 조금도 변한 것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잇따라 열우당 지도부를 만나고 김혁규 총리 내정 운운하는 것은 야당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선언이며, 거센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노무현식 오기정치'의 재현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전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탄핵전에도 '코드정치'로 물의를 빚어 놓고도,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차기 총리 내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주 중으로 예정된 헌재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때 이른 차기내각구성 움직임은 6월초 17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새로운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