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치적 부담 해소 '국회로 소속 바꾸자'.. 지금의 활동성격은 적절치 않다 - 지난 2일 대통령직속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가 남파간첩과 빨지산 출신을 민주화 인사로 인정하면서 의문사위의 존재폐부가 여론의 도마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의문사위의 소속을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소속으로 전환하자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은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를 분위기다.

23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정부는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현재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는 의문사위를 국회 소속으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청이 의문사위의 활동 근거를 이처럼 국회로 전환하기로 한데는 그 활동성격이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것이 매우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당.정.청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의문사위의 소속 전환은 최근 남파간첩과 빨지산 출신 등을 민주화인사로 인정한 것에 대한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자 이에따른 정치적 부담을 해소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열린당과 정부는 의문사위의 이번 민주화 인사 인정에 따른 파문 외에도 한나라당 박근혜대표의 저질 패러디 사진 사건과, 북 경비정의 NLL침범 문제로 불거진 군 장성급 징계 사건 등 최근 빚어지고 있는 사태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 열린당은 의문사위의 국회소속 전환 이유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목적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당.정.청이 실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의문사위의 의문스러운 활동'에 따른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의문사위 활동에 따르는 모든 책임문제를 국회로 돌려보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내재된 것이다.

특히 제3기 의문사위 출범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미 의문사위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이것 역시 이날 당.정.청이 검토키로 한 내용과 전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당.정.청이 검토하기로 한 의문사위의 국회 소속전환은 의문사위의 순수한 활동보장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기보다는 매우 치밀한 계산에 의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특별법' 확대와 그 조사대상자의 범위를 넓게 잡은 것도 상당한 연계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난 1.2기 의문사위의 활동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킨 의문사위의 존재여부에 대해 일각에서는 매우 못 마땅한 여론이 팽창하고 있다.

이에따라 열린당과 청와대는 의문사위의 활동보장을 국회로 전환, 국회의 표결을 거쳐 제3기 의문사위의 출범을 좀더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여기에는 원내 1석을 차지하고 있는 열린당의 막강한 표도 한몫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전향을 거부한 간첩과 빨지산 출신,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까지 민주화 인사로 인정하는 의문사위의 '의문스러운 활동'에 대해 국민들 대다수는 상당한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보수 여론층에서는 이날 당.정.청이 검토키로 한 의문사위의 국회 소속전환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떠나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집권당의 일방적 제도 전환 추진은  '사회혼란'과 '국론분열'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