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체성은 헌법 전문에 있다.. 朴대표 정체성 주장은 '유신시대' 다시 연상 -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정체성'위기론을 거론하며 정부와 여당에 전면전 선포를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청와대는 26일 '참여정부의 국가 정체성은 헌법 전문에 있다'며 박 대표의 정체성  위기론을 강력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박근혜 대표가 참여정부의 국가정체성을 공격하고 있지만, 제1야당의 대표가 그 근거로 제시한 주장을 보면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됐다"고 평가절하 했다.

특히 청와대는 "박 대표가 대통령의 한마디로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던 유신독재시대의 잣대로 국가정체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강권통치의 수단이었던 유신헌법이 아니라 1987년 10월 29일 개정된 민주헌법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또 참여정부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오늘의 참여정부는 바로 그 위대한 역사의 연장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식지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5.16군사쿠데타로 4.19혁명을 압살한 유신체제, 그리고 유신체제의 아류인 5공 정권과 대척점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특히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과제로서 헌법 전문은 민주개혁과 평화통일, 민족의 단결, 사회폐습과 불의 타파, 자율과 조화에 기반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 등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헌법정신은 참여정부의 3대 국정목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와 4대 국정원리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에 그대로 흡수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청와대는 12대 국정과제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 실현,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구체화됐고, 이는 다시 100대 과제로 보다 세분화돼 추진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 "초집중화된 수도권 중심의 발전모델을 탈피해 경제수도와 행정수도를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두 거점과 지방을 횡적으로 결합해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참여정부의 비전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어 "군사독재체제 이후 국민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이제 비로소 우리 사회는 실질적인 사상과 표현 및 언론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법과 제도에 의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적인 국정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거듭 부각시켰다.

한편 청와대 소식지는 "강제와 탄압, 인권유린을 통치수단으로 삼았던 개발독재시대의 국가주의적 정체성으로는 결코 선진 민주국가, 진정한 시장경제 시대로 갈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 박 대표의 유신시대를 연상시키는 구태의연한 색깔공세나 이념공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국가정체성으로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朴대표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국가정체성 VS 유신독재는 서로 다른 뿌리찾기

청와대의 이날 소식지를 통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국가정체성'지적에 대한 노골적 반감 표시는 박 대표가 최근 언론을 통한 정체성 문제 제기에 매우 불쾌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재선출된 박 대표는 '국가정체성과 안보위기'를 핵심과제로 지적했다. 박 대표는 또 20일과 22일, 그리고 26일(조선일보 인터뷰)에도 '국가정체성' 위기를 거론했다.

원내 제1 야당의 대표가 이처럼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청와대와 여당은 '유신체제의 답습자' '유신체제 반복' '당리당략' 등 온갖 공격성 발언을 동원, 박 대표 몰아세우기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여당의 대변인은 "유신독재시대의 문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표 본인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하고 있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유신독재의 산증인으로 박근혜 대표를 지목하면서 협공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에는 이재오 의원이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박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재선출되기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청와대와 여당의 '유신독재론'과, 야당이 제기한 '국가정체성위기론'은 이제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자칫 '빅딜'현상으로까지 치닫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신독재'와 '국가정체성' 문제는 서로 비슷한 문제점의 핵심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초부터 다른 뿌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상호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장기화 될 경우 정치권은 물론 또 다른 '국론분열'현상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 한나라당은 좀더 신중하면서도 지혜로운 대처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