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비서관, '두 신문이 야당대표 등에 올라탔다'.. 제2의 '저질패러디'사건 연상케하는 발언 - 청와대가 또다시 조선.동아를 향해 "누가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가.. 조선.동아는 '안보상품화'의 향수에서 깨어나라며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번 공세수위는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은 27일 청와대 소식지를 통해 "이제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를 넘어 '내란과 내전선동의 자유'까지 만개한 국가가 되고 말았다"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최근 한 보수단체 의견광고를 게재했고 그 광고내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양 비서관은 또 "노 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자질이 없다.. 국군은 헌법과 국가의 체제와 자유를 파괴하려는 그 어떤 위헌적 명령과 영향력도 거부해야 한다" 등의 표현이 동아.조선에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런 광고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게재한 것은 두 신문의 가치기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폄하했다.

이어 그는 "광고는 광고의 의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도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을 부정하고 군을 상대로 공공연히 명령거부를 부추기는 광고가 언론사와는 무관한 광고주의 자유에 속하느냐"며 반박했다.

특히 양 비서관은 "두 신문이 자사가 속한 협회의 광고윤리를 몰라서, 그저 광고가 부족해 물불 안 가리고 이런 광고를 게재했다면 국민과 대통령, 그리고 이 광고로 명예를 실추 당한 군을 상대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면서 "만일 이런 윤리요강을 알면서도 이번 광고가 그 요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면 이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양 비서관은 이어 "두 신문은 2000년 5월에도 대한항공 승무원 노조의 의견광고를 싣기로 합의했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광고주의 비난을 샀고, 동아일보는 97년 2월 '약사명예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 의견광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선 당시 복지부 차관의 실명을 자신들이 알아서 삭제한 사실도 있다(미디어오늘 보도 인용)"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광고게재 뿐이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체성' 시비와 관련한 몇 가지 보도에서도 동아.조선의 가치판단 기준은 '망각의 바다에서 착각이라는 항로만 편하게 내달리는 유령선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비하하면서, 때로는 유일한 군의 대변자처럼, 때로는 애국심이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듯, 때로는 국가 정통성의 최후 보루인 듯 행세하고 있다"비난했다.

이어 양 비서관은 '간첩'이 군 장성급을 조사했다는 조선.동아의 보도와 관련, 두 신문은 이들이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임용될 때 왜 아무런 문제제기도 안 했으며, 두 신문의 잣대로 죄질을 따지면 더 문제가 됐던 사건의 연루자들이 지금 제1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데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양 비서관은 동아.조선은 "NLL 사건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북한인데 이는 문제삼지 않고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 군만 탓한다는 비판을 두 신문이 집중 제기했다"며 "이번 조사는 군 보고체계에 국한된 것이었고 대통령과 군, 일선 부대와 군 지휘부 사이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확대시킨 것은 바로 두 신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소식지에서 양 비서관은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 "야당의 대표가 새삼 '정체성'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느닷없는 처사라며, 야당의 대표가 돼 국가지도자를 넘보는 분이 최소한의 검증도 받지 못하겠다면서 '독재시대의 장물'조차 문제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딱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와함께 양 비서관은 "동아.조선 두 신문이 야당 대표의 등에 올라타 함께 '국가정체성'을 따지며 때 아닌 '색깔공세'를 벌이는 것은 더 딱하고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언론피해의식 갈수록 심각
'막가파식'의 극단적 발언도 '불사'

연일 계속되고 있는 청와대의 언론과 야당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그 수위를 높여가는 추세다.

양정철 비서관은 지난 9일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고 주장한 이래 14일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향해 '당보(黨報)'인지 신문인지 그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데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양 비서관이 또 다시 동아.조선을 향해 이같은 독설을 퍼부어 대는 것은 국내언론담당을 맡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으로서는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    

청와대의 이같은 대(對)언론피해의식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전부터 조선.동아에 갖고 있었던 반감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특히 노사모를 정점으로 시작됐던 조선일보 '구독안하기'운동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고, 이달초 인사청탁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표적 친노(親盧)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역시 조선일보 폐간운동을 계속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갖가지 사유들을 종합해 볼 때 참여정부는 자신들에 비협조적인 언론이나 보수를 지향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일부 특정 여론을 선동, 노골적 반감을 표시하는 경향이 짖다. 더 중요한 것은 보도에 대한 반박의 수위가 해명차원을 떠나 '막가파식'의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는 '일부 언론의 여론 선동식 보도행태가 모든 문제를 발생시키고, 언론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최대 장본인"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금과 같은 '언론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는 곧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형상이다.

일개 비서관이 야당대표 직접 공격
동아.조선 '야당대표 등에 올라탔다'

국내 언론을 맡고 있는 양정철 비서관의 인격은 바로 "동아.조선이 야당대표 등에 올라탔다"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인격을 보여줬다.

지난 13일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표의 저질 패러디 사진을 게재'해 물의를 빚었고, 그 사진을 만든 장본인 역시 '노사모'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 이후로 박 대표에 대한 직접적 사과 한마디 없이 담당자를 해임하는 정도로 모든 문제를 얼버무리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와대 홈페이지의 최고 관리 책임자는 당연히 노 대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이번 처사는 세계여성단체에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로 기록된다.

그런데 이날 양 비서관의 언어 표현 역시 제2의 '패러디 사진 사건'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아직도 뉘우침 보다 '기고만장'한 권위주의적 지향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또 "동아.조선이 야당대표 등에 올라탔다"는 발언 그 자체는 야당 대표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조선.동아에 대한 언론사로서의 겪을 한없이 짖 밟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매우 심각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무리 청와대 비서관이고 국내언론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지만, 가릴 말 안가릴 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참여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초기부터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잦은 말실수를 해오더니 이제는 그 참모들까지 대통령을 닮아가는 꼴이 돼 가고 있다.

한편 참여정부가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데만 주력한다면 언론이나 국민들 모두 현 정권에 지지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지양하고 자신들의 지위와 신분을 망각한 발언들이 쏟아진다면 언론이나 야당,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지적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