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 재력가는 불과 5명.. 김혁규의원, 뉴욕.뉴저지에 아파트와 사무실 갖고 있다 신고 - 정치권에 새로 진입하는 초선의원들의 재산 규모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의도 정가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공직자윤리위가 초선의원 187명을 비롯한 17대 국회 신규 재산등록 대상의원 203명의 재산 내역과 16대 국회 퇴직의원 170명의 재산변동 내용을 국회 공보를 통해 일괄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신규 등록 대상 의원 가운데 신고재산이 30억원 이상인 의원은 16명, 그리고 16대 국회 신규등록 당시 10명에 달했던 50억원대 재력가의 수(數)가 17대에서는 절반인 5명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등록 대상 의원 203명 가운데 변동분만 재신고한 열린우리당 조배숙,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을 뺀 201명의 평균 재산신고액은 11억600만원으로 집계돼 16대 국회 신규등록 당시의 16억1천700만원에 비해 평균 5억여원 가량 감소한 것이며, 심지어 15대 국회 신규등록 때의 32억9천500만원에 비하면 3분의 1 규모로 줄어든 것이다.

신규등록 대상 의원 가운데 1위는 100억5천500만원을 신고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차지했고, 2위는 역시 같은당 이계안 의원(87억8천700만원), 3위는 한나당 김양수(79억1천500만원) 의원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74억3천100만원, 같은 당 김맹곤 의원이 52억7천300만원을 각각 신고해 50억원대 이상 재력가로 꼽혔다.

이에 반해 민노당 현애자 의원이 마이너스 5억6천300만원을, 우리당 박홍수 의원이 마이너스 3억2천600만원을 신고하는 등 1억원 미만의 재산을 신고한 의원은 16대 국회 6명의 4배가 넘는 2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날 재산공개에서 직계 존.비속 등의 재산 신고를 거부한 경우가 우리당 30명, 한나라당 21명, 민노당 6명, 민주당 2명 등 전체 신규등록 대상자의 29.1%인 59명에 달해 부실 신고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는 심사소위를 구성, 오는 10월까지 재산등록 내용에 대한 실사를 벌인 뒤 허위, 축소, 불성실 신고가 드러날 경우 해당 의원을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산등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신규등록한 초선의원 재테크 '포트폴리오'가 두드러졌다. 초선의원들은 최근 경기 침체를 반영하듯 주식과 부동산, 예금, 회원권, 골동품 등에 골고루 분산 투자해 지난 15, 16대 국회 의원들의 경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주식과 부동산 등에 재산을 집중 투자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1위인 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부동산, 예금 등 통상적인 재테크와 함께 김환기, 김흥수, 이응노 화백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해 눈길을 끌었고, 변호사 출신인 같은당 최재천 의원도 서양화와 동양화 4점을 신고했다.

재산규모 3위인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예금과 보험, 주식, 골프장 회원권 등에 고루 투자했으며, 52억7천300만원으로 재산규모 5위를 기록한 우리당 김맹곤 의원의 경우 서울 양재동의 근린생활시설과 은행 예금 등 재산을 부동산과 현금으로 나눠 보유하고있었다.

39억4천600만원을 신고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울산의 대지와 임야, 목장용지, 리조트클럽과 콘도 회원권 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30억5천4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대전시 일대 건물의 전세권과 예금, 주식 등에 분산 투자했다.

또한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거주중인 구기동 빌라를 제외하고는 부동산 투자가 전혀없는 대신 은행 예금과 주식, 헬스 및 골프 회원권 등 유동성이 큰 분야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도 예금, 보험, 주식 등에 대한 투자 큰 비중을 두었다.

대기업 CEO출신으로 재산규모 2위인 우리당 이계안 의원도 부동산보다는 예금과 주식, 골프 회원권 등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고, 경북대 총장을 지낸 같은 당 박찬석 의원은 대구와 경남, 산청 일대의 전답과 임야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 일부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다.

전남 여수시장을 지낸 우리당 주승용 의원은 여수와 보성에 보유한 대지 등 33억9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세대교체의 핵으로 등장한 386의원들의 경우 극소수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식 보유가 없고 부동산소유 규모도 미미해서 중산층 이하 수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테크에는 '제로'인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당의 김재윤 의원과 정봉주 의원이 각각 11억7천700만원과 10억9천600만원을 신고, 386세대 의원중 재산이 가장 많았음, 노 대통령 가신출신인 같은 당 서갑원 의원도 9억8천200만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전대협 간부 출신인 국회의원들의 재산신고액은 1억원에 못 미치거나 약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대협 2기 의장을 지냈던 우리당 오영식 의원은 5천100만원을, 전 전대협동우회장인 우상호 의원은 9천300만원, 이인영 의원은 1억2천500만원을 신고했으며, 전대협 출신이 아닌 다른 386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현미 의원이 1억1천300만원, 김형주 의원이 1억원,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2천500만원 등 적은 액수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림이나 보석류, 트랙터 등 의원들이 신고한 목록에는 눈에 띄는 이색 재산이 적지 않았다.
 
100억원대의 재산가인 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재산총액에 포함되지 않은 배우자 명의의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진주목걸이, 롤렉스시계 등 보석류를 비롯한 김환기, 이응로, 김흥수 화백의 작품 9점을 소장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같은 당의 김한길 의원도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의 3.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신고했다.
 
또한 심로악기 대표인 심재엽 의원은 600g(약 162돈)짜리 금괴와 신규 재산공개 의원 중 가장 비싼 6500만원짜리 자동차(1999년식 에쿠스)를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로 비싼 자동차 주인은 김한길 의원으로, 자신과 부인이 각각 2002년식 에쿠스 3500cc(5000만원)와 2004년식 체어맨 리무진 3199cc(5754만원)을 신고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은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한 김혁규 의원이 뉴욕, 뉴저지 일대에 아파트와 사무실.회사창고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고,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민병두 의원은 메릴랜드주에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이외에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만화가 황미나씨와 공저한 청소년 대상 성 교육서인 '루나레나의 비밀편지' 저작권을 신고했으며, 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예작품 한 점을 신고해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총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고 신고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자동차 대신 92년식과 2003년식 농업용 트랙터 2대와 승합차 2대를 재산목록에 올렸다.
 
한편 16대 국회의원 가운데 17대 총선에서 낙선했거나 불출마한 퇴직의원 170명 중 지난해 말 재산변동 신고 이후 5월말 국회의원직을 물러날 때까지 불과 다섯 달 새 1억원 이상 재산이 감소한 사람이 전체의 15.9%인 2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31일 재산변동 신고 이후 16대 국회 임기만료일인 5월29일까지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사람은 한나라당 최돈웅 전 의원으로 무려 33억6천400만원이 감소했다.

다음을 민주당 박상희(19억8천600만원) 유용태(7억2천200만원) 한나라당 박재욱(3억9천800만원) 김기배(2억2천300만원) 전 의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사람은 모두 15명(8.8%)으로 한나라당 출신 주진우 전 의원이 27억4천만원을 불려 1위에 올랐고, 정우택(12억8천400만원) 김운용(14억400만원) 김진재(3억200만원) 전 의원 등이 뒤를 따랐다.

전체적으로는 모두 66명(38.8%)의 재산이 줄고 57명(33.5%)은 증가한 가운데, 재산 증감이 없다고 신고한 사람도 47명(27.6%)이나 됐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