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차별성 강조한 지도부와 차이 있어 고민.. 민주당, '일단 지켜보겠다' 신중한 모습-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서 우리당과 민주당의 협력을 강조하는 발언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목포시청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이제는 이 지역에서 당 두 개가 경쟁하고 있지만 큰 틀에 있어 주요한 국정문제에 관해서는 잘 협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난 4.15총선을 앞두고서는 (두 당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해 심각한 갈등상태에 있었지만 이후 상당기간 지역안정과 발전을 위해 서로 잘 협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고 그런 기대는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저도 잘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총선전의 민주당에 대해 "개혁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자신의 발언과 상당한 거리가 있고,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우리당 지도부의 생각과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모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당 지도부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28일 충청지역 당원간담회에서 신기남 당 의장이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위대한 선택을 뒤로 돌릴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하며, 그렇게 가다 보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통합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런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에너지에 장애가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통합 불가론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당내에서는 문희상 의원 등 일부 중진들을 제외하고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될 때마다 "개혁정치 세력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가론을 펴는 쪽이 다수였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우리당내에서는 "대통령의 언급은 민주당에 대한 전략적 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과 "최근 이상기류를 보이는 호남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포용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리는 등 진의 파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통합론'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인 것 같다"면서 "총선이 끝나고 갈등 요소가 줄어든 만큼 노선이 유사한 두 정당이 국정에서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과거냐, 미래냐라는 국정의 큰 방향에서 두당이 함께 할 수 있는 점이 많다는 것을 말한 것이지, 통합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양당은 경쟁관계에 있긴 하지만 민주주의, 개혁, 균형발전 등 큰 방향에서는 우당(友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적으로 확대해석 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체로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발언이 양당 통합에 대한 암시로 해석될 수 있는 것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화갑 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고 "노코멘트 하겠다"고 밝혔다고 장전형 대변인이 전했으나 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뜬금없는' 얘기로 자꾸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민주당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폄하한 뒤 "말만 번듯이 하지 말고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목포시청에서 열린 지역발전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더욱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일 사무총장은 "최근 신일순 대장 구속 등 군내 호남 인맥을 '씨말리기'하던 것과 달리 호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다소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긍적으로 평가하고 "다만 이러한 발언이 말로만 끝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이상열 의원도 "말로 넘어가서는 안되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역시 "대통령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론자인 김효석 의원은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고 지역발전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 실천됐으면 좋겠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한편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지역감정을 조장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며 "대통령이야말로 미래로부터 후퇴해 구시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이 "유신이냐, 미래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말만 이렇게 과거냐, 미래냐고 할 게 아니라 지금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야 한다"며 "말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에서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으며 '유신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호남 지지율이 폭락하자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인위적인 합당론까지 암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