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능한 정부 책임 크다' 공격수위 높여 - 중국정부가 고구려사 왜곡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 부분을 중국 외교부 홈피에서 삭제된 것과 관련, 정치권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며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수정불가'방침을 굳히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중국정부가 고구려사에 대해 오래 전부터 왜곡하는 입장을 보여왔는데도, 지금까지 정부측에만 공허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다 '뒤통수'를 맞은 꼴이 돼버렸다. 이에따라 정치권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이번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할 입장에 처해졌다.   

열린우리당은 6일에 이어 7일에도 "역사 왜곡 부분에 대해 중국정부의 전향된 입장을 거듭 촉구"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눈을 가린다고 태양이 가려지지 않듯, 왜곡.삭제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면서, 역사를 보는 중국의 이중 잣대에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또 "우리 정부의 공식 항의에도 불구하고 역사교재, 언론 방영 등에 대해 중국 정부는 통제할 의지가 없으며, 고구려 역사 왜곡의 핵심인 '동북공정'의 기존 입장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함으로 한국 정부의 시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임 대변인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명백히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한 침해이자 민족 정체성을 흔드는 도전 행위이며, 아시아의 협력과 번영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문제 발생직후부터 정부의 '무능력 외교'에 대한 비판기조를 유지하면서 여야의 대응책 마련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냈다.

6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정부의 역사 왜곡 행위는 우리 정부의 뿌리를 흔드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여당 및 북한과도 협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고, 김덕룡 원내대표도 "중국 당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소위 '동북공정'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7일 이번 중국정부의 역사 왜곡 문제를 두고 '광개토'는 고사하고 '서희'라도 되라며 대정부 비판수위를 한층 높였다.

배용수 수석부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은 앉아서 사방으로부터 노략질을 당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고구려사를, 일본은 독도를, 북한은 NLL을 노리고 있다"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은 협의도 없이 미군을 감축하고, 이라크에서는 김선일씨 구출외교가 씨알도 안 먹혔다"면서 "아무리 '조용한 외교'라지만 사실상 '무대응' '무책임' '무능'외교를 펼칠 바에는 차라리 '참여정부 외교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배 수석부대변인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이틀만에 가슴으로 감동한 국가, 일본은 가장 중요한 나라, 중국은 모택동과 등소평을 존경한다는 뜨거운 구애를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식 자주외교는 '당하는 외교'에 불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무현대통령과 참여정부에게 힘에 붙이는 광토대왕 같은 '영토확장'은 기대도 안 한다"면서 "이렇게 중대한 국사에 대통령은 장막 뒤에 숨지만 말고 직접 진두지휘하고 나서서 서희 같은 '담판외교' 능력이라도 배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치권이 고구려사 왜곡 등 중국정부에 대한 뒤늦은 시정 요구는 한낱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등 일부 여론층은 "중국정부가 이미 오래 전부터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사실화 시켰지만, 그때마다 정치권은 정부쪽 책임에만 급급한 모양새를 보여 놓고 이제와서 강력 대응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여론층은 또 이번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 역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록삭제 사실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