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안보공백 위기, 진짜 이유 밝혀라'.. 열린당.민노당 '미온적' 태도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한반도의 안보의 공백을 초래하느냐를 놓고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 문제가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계획(GPR)관점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며 구체적인 것은 한미 양국의 실무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일부 보수여론층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처가 매우 미온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그 규모 등이 주둔의 조건과 연결되기 때문에 감축문제는 이제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계획과 연관돼 있는 내용이라고 밝히고, 실무협의는 내달부터라도 미국 측이 협의를 제의해 오면 거기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초 미군 감축 문제는 주한미군 1개여단의 이크라 파병설이 외국언론으로부터 제기되면서 정부는 뒤 늦게 이 사실에 대한 진의 확인에 나서는 등 횡성수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따라 현재 정부가 내세우는 미국의 GPR 계획은 문제를 합리화하고 안보공백 등 부정적 여론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또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사실로 이어지면서 최근 일부 여론층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미국이 노 정권을 싫어해서 생긴 일'이라는 주장과 관련 이는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미국의 이번 계획은 국민의 정부 말인 2002년 11월 페이스 미 국방차관이 이준 국방장관을 예방했을 때부터 거론된 내용임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 정부가 주한미군 재배치계획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 2002년 11월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거의 희박했던 때였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주한미군 재조정계획은 미국이 전략구도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반면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 문제를 보는 일부 여론층의 시각은 상이하다. 노 대통령이 후보 당시에도 미국과 미군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깊었고, 집권이후에도 한반도 안보협력을 제외한 양국의 우호적 동맹관계 등의 폭넓은 양국 교류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한 부분이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미군 장갑차에 대한 여중생 압살사건으로 불거진 촛불시위는 반미여론의 최고조를 이뤘고, SOFA개정문제,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미군 철수 주장 등은 이제 미국과의 우호동맹관계 유지 자체가 무의미 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참여정부가 미국의 미군 감축 계획이 오래전부터 논의된 것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미군에 의한 한반도의 안보유지를 몸소 겪어온 보수층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발표를 두고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있을 리 없다.

이와함께 17대 총선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주노동당 역시 오재전부터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미군철수를 주장해온 사실이 있는 만큼, 미국은 참여정부의 대미 정책노선에 대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차에 민노당의 이번 원내교섭단체 진출이 한국 국민들의 미군 철수 여론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양국의 안보현안에 대한 기본입장은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한미관계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여론층 사이에서는 지난 몇 년 전부터 불거진 '반미여론'은 이제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한편 정부의 미군감축으로 인한 안보공백 부정 부분에 대해 한나라당은 재조정문제가 되돌릴 수 없는 사실로 확정된 것이라면 정부는 우리 사회에 안보 국방 불안이 야기되지 않도록 '한미동맹의 기본 틀 속에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최근 주한미군의 감축 등 재조정문제가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이 한국정부에는 통보하면서 발표는 왜 못하게 했는지 ▲한국정부가 대미 관계에 대해 시간을 갖고 재검토하라는 뜻이 숨어 있기에 그런 것인지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많은 의문에 솔직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또 "국민의 정부 시절 제기됐던 문제가 왜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다시 제기되었고 이라크파병이 지연되는 속에 주한미군 차출문제가 불거지고 곧장 재조정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며, 미국이 더 이상 인계철선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진짜 이유도 궁금하지만 '소위 정을 떼려고 하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한반도 '안보공백'부분 지적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미군 재배치 문제 발표 직후 외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한미공조와 우호관계를 돈톤히 유지하면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한반도의 안보공백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미군철수를 앞장서 주장해 오던 민주노동당역시 지난 17일 '주한미군이 갈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이며, 추악한 전쟁으로 대학살을 저지른 미군은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위협적 주둔군일 뿐이다' 논평이후 지금까지 공식입장를 유보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