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과 협상 직전까지만 해도 2008년 이후 감축 예상 .. 여론 조작 '의혹' - 미국이 주한미군을 내년 말까지 1만2500명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밝혔다. 이에따라 한미 동맹관계 및 한반도 안보유지에 관한 정부의 대비책 마련이 한층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주한미군 재조정 협의를 담당하고 있는 3인위원회(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위성락 NSC정책조정관, 한민구 국방부 국제협력관)는 7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6일 저녁에 가진 첫 협의에서 미국측은 이 같은 내용의 주한미군 감축 등 재조정 기본계획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측이 내년 말까지 감축하기로 한 주한미군 병력에는 이라크 차출병력 3600명도 포함돼 있다. 

3인위원회가 밝힌 미국측과의 이날 협의내용에는 △이라크 차출병력 3600명을 비롯해 1만2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2005년 12말까지 감축 △국제 환경변화에 따른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은 모든 해외주둔 미군을 대상 △규모 재조정 과정에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과 제반여건을 감안 △새로운 무기시스템을 도입해 한반도 방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 점 등이다.

김숙 북미국장은 브리핑에서 "미국측 설명에 따르면 GPR(해외미군 재배치계획)은 해외주둔 미군의 불필요한 체중을 줄여 즉각적인 투입능력을 높이고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숫자보다 능력을 중시한 계획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또 김 국장은 "정부측 3인위원회는 첫 회의라는 점을 감안해 미국측의 설명을 주로 청취했다"며 "제시된 내용을 중심으로 시간을 갖고 꼼꼼히 살핀 후 병력감축 규모와 시기에 관한 정부안을 미국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이날 협의에서 주한미군의 재조정 가이드라인으로 △한미동맹 강화 △미국의 세계전략과 GPR계획에 따른 한반도 안보상황 고려 △한미연합 방위능력 향상 △한국측의 협력적 자주국방계획 환영 및 적극지지 등에 이해를 같이했다.

김 국장은 주한미군 감축 등 재조정에 관한 사항을 용산기지 이전 이행합의서(IA)에 명문화하는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 감축시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에 반영시킬 것이 있다면 반영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의에서 미국측 대표로는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국무부 특사, 티모시 도노번 주한미군 기획참모부장, 주한 미대사관 에릭 존 공사 참사관이 참석했다.
 
한편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이 예상보다 빨리 진전됨에 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하루전인 6일까지만 해도 주한미군의 감축은 용산기지가 재배치된 200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언론에 발표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미국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이번 협상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우리국민들의 여론 조작용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반도의 '안보공백'과 관련, 한미 양국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유지해 나가면 한반도의 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협상에 임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불과 몇 시간 후의 일을 예측하지 못하는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앉는다면 그 결과는 '강건너 불 구경하는 겪'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재경 기자 kj060909@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