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김정일위원장 지금 서울 답방할때"밝혀 주목 - 6-15 남북 정상회담 4주년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진전을 위한 향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과 행보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화해, 협력 증진을 위한 'DJ 역할론'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적지 않은데다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해온 참여정부가 이를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론에 대한 질문에 "6.15 남북정상회담을 하신 분이고 그 분이 희망하신다면, 또 (남북) 양측이 합의한다면 적격자중 한 분"이라고 밝혀 여권내에서도 공론화 움직임을 시사했다.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각각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해 김 전 대통령과 비교적 가까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것으로 알려진 한 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혀 'DJ 대북특사론'에 대한 현정부가 갖는 기대가 적지 않음을 은연중에 나타냈다.

또한 열린우리당 중진인 김근태 전 원내대표도 지난 1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하고 북한에 대한 평화특사가 돼 달라"며 김 전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했으며, 지난달 6일 김 전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총선 당선자 6명이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론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 대통령이나 여권 핵심인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부터 김 전 대통령측에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왔으며, 특히 청와대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분위기가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최적임자"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의례적으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북핵문제 등과 관련해 북측에서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당장 대북관계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게 대두되고 있다.

남북간에 직접적인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특별히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동교동측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팔순 모임'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분수를 알고 행동하겠다"고 말해 남북관계는 '현직'이 풀어나가는 것이 원칙이라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측의 김한정 비서관은 "지금은 (대북특사론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며, 김 전 대통령도 그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면서 문 의원의 발언에 대해 "문 의원이 작심해서 한 말이 아니라 평상시 갖고 있던 자신의 지론을 얘기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다지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또 다른 측근도 김 전 대통령이 지난달 파리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여생을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일반론이지, 대북 특사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비롯한 북-미 관계 등이 위기로 치닫는다면 김 전 대통령이 94년 핵 위기 당시의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김 전 대통령 본인도 지금까지 조심스런 행보와 달리 지난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연히 답방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최근 남북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이제 답방을 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김 위원장이 답방 한다면 양측의 긴장관계가 한층 완화될 것이고 남쪽 국민들도 따뜻하게 환영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열린우리당 총선 당선자 6명이 방문해 "남북관계 개선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만 해도 구체적인 답을 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참석했던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 정부가 (특사 문제를) 공식 제안하고 북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DJ 본인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최근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특사를 지낸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 관계자들의 지난달 특별사면에 이어 임 전 원장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기용설, 김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론은 참여정부 출범 초반 대북송금 특검으로 빚어졌던 전.현 정부의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청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전 원장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후보군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사실임을 시사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원 모임에 임 전 원장을 초청, 강연을 듣는 것도 고려 중이다.
한편 서울과 인천에서 열릴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 행사에 참석할 북측 관계자 110명과 친북 해외동포 23명이 14일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함께 남한을 방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14일 북측 일행 중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원동연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한 7명의 예방을 받고 환담했다.

이들은 15일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개최되는 6.15 공동선언 기념 국제 학술세미나에 참석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