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시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김안제(金安濟)위원장이 외교부 청사에서 장관과 직원들을 상대로 "서울이 지금대로 있는 상태에서 남북간 전쟁이 일어나고, 평택쯤에서 휴전이 된다고 가정하면 인구는 5할, 국력은 7할 이상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상에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아니 '지나가는 소가 웃고 지나갈 발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정부가 '신행정수도'를 옮기지 못해서 안달이 났다해도 이렇게까지 비약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수도이전의 합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기가 찰 따름이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600년만에 수도를 옮기게 되는 것은 '하늘이 선택해 준 것'이라고 본다 치더라도 '서울대 출신들은 독종이 많아 말을 잘 안들을 것'이라는 해석은 또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망상인가.

이 뿐 아니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 지방은 고사직전에 있는데 '서울.경기가 잘 살아서 지방에 뭐 해준 것이 있나.. 위대한 수도사람들 깨끗한 물 먹이느라 지방은 규제돼 왔다'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았다.

물론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논리를 합리화시키려 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독설을 섞어 가면서까지 극단적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그 자체는 추진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앞선다.

참여정부 들어 군(軍)에서도 '주적'의 개념조차 없앤 판국에 '남북전쟁'운운하고, 어느 특정지역을 기준으로 국익을 따지는가 하면, 서울대생의 '독종'이라는 지적도 현 시점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언들이다.

도대체 참여정부는 무슨 무슨 위원장들을 내세우고,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마다 꼭 한 두가지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현 정부에 핵심 '두뇌파'와 합당한 '인재'가 전멸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국정을 운영해 나가면서 국민들과의 잦은 여론 마찰이 생긴다면 그 부분에 대한 여론을 불식시키고 가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유독 몇몇 인사들의 '폐가망신'적 발상들이 '국론분열'의 시초가 되고, 정치권에도 대립의 불씨를 던져 주고 있다.
      
개혁은 외치지만 '뿌리없는 개혁으로 허성세월'을 하고 있는 이 정부를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왜 이 정부는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한번 질책해 보라.

권혁철/발행.편집인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