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사는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진실하고 솔직담백 했다. 오늘 대통령의 신년사는 2년 전 대통령 취임 당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변했다. 목소리도, 눈빛도, 제스처도 달라졌다. 정말 신기한 현상이었다.

우리 내외 국민들은 앞으로 남은 대통령의 잔여 임기 절반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가 피력한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그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그러한 선진조국 창조를 위한 몸부림이 뒤늦게 나마 보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깽판치려던 대통령의 변화된 조국관, 대북관, 경제관 등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찬사를 보낸다.

본란은 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이 정도 수준의 신년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늘의 한국사태 전반에 대한 점검]이 아주 세밀했으며, 또 의외로 차분하고 느긋한 제스처에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문제에 대한 다급한 상황인식과 대응전략을 발표하면서, 경제파탄에 대한 간접시인이 공감을 주었다. 만약 그가 "아직도 경제가 어렵지는 않다"고 말을 했더라면 오늘 내외 국민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뻔했다. 다행히 그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태도에서 반노(反盧) 감정이 약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하튼, 오늘 본란은 *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등에 대한 당초 "생각"에서 후퇴, "정책"으로 미루면서 발을 빼려는 데서 무엇보다 감사한 생각을 가진다. 물론 3대 악법이 국회통과 된 시점에서 중대한 국보법까지 없애려고 한다면 그는 다시 탄핵의 총알을 받게 되었다. 그는 지혜롭게 이를 피했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소신 역시 "금세기에 통일이 온다" 고 정신나간 소리를 했던 노태우 보다, "냉전해체 가능" 하다면서 평양으로 달려갔다 온 후 "늙은 여우"라는 별명을 받았고 "북한을 사기쳤다"고 욕먹는 김대중 전직 보다 현명한 발상을 하고 있다는 증거에서 우리는 안도한다.

그가 신년사에 밝힌 대북문제 에서 김정일과의 만남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 라고 말하면서도(사실은 박정희 - 전두환 전직들도 그렇게 협상 카드를 던졌다)  신중을 거듭한 목소리에서, 너무 변해 버린 노무현의 기질에 실망할 정도였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겠다고 {목을 매면 흥정이 안 된다. 협상력이 떨어진다...} 라고 말했을 정도라면 김정일이가 충격을 받는다. 김대중에게 10억 달러를 달라고 했다가 5억 달러로 가격인하가 되었던 정상회담 전제조건이 노무현 대통령에겐 먹혀들어 갈 수 없었다. 대북송금 재판으로 인해 상호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자신이 유럽 지역을 순방하던 전후부터 이미 남북정상회담은 물 건너갔다는 마음으로 냉정을 찾았다. 그것이 오늘 신년사 페이퍼에 충분히 배여있었다. 본란은 오늘 재차 지적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어렵게 된 것은 김정일 측에서 [달러 아니면 무장해제,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노태우 당시도 그 요구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막판에서 깨졌던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를 간파한 후, 고심했다. 대북송금 재판상황을 보면서 후일 자신이 당할 우려를 계산했다. 표면적으론 강인해 보이는 노 대통령이었으나 그는 전임자들의 실패사례 등을 분석한 후, 북한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겨우(?) 국가보안법 해체로 정상회담 진행을 예정했으나 (국보법이 10월 전후 폐지되었으면 김 정일은 연말에 기습 제주도 방문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이 또한 보수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진행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국회에 공을 던져버렸다.

내달, 국회에서 지능적으로 국보법을 폐지하면 그 땐 노무현 대통령의 생명은 끝난다. 오늘 그의 어조를 볼 때 - 100% 신뢰를 할 수는 없다 -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서 까지 정상회담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특히 그는 김대중 식 접근법으로 (일방적 대시전법)이 아니고, 국민이 공감하는 선에서 "당국자" 끼리 지나친 조건없이 협의를 하자는 그 자체가 무리한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는 전직 대통령들의 "표현방법"과 전략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 아주 세련된 프로급 전술이었다. 그렇게 대 놓고 노골적으로 표현한 전직이 없었다.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2년 반 만에 한국의 안보상황을 인식햇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허물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가소롭고 허망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그는 노 태우 보다, 김영삼이 보다, 김대중 이상의 약은 수법을 동원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표출했고, 할 말을 다 하는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신년사를 들은 김정일은 몹시 불쾌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도 일시 개점휴업 할 것 같다.

아�訃�, 대통령의 신년사는 현재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대북문제 등 핵심부분을 집중 터치했으며 그 대안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대통령 신년사였다고 할 수 있고,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천명, 특히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관련 국익저해 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단한 노무현 대통령의 "부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중단을 명령할 때 그는 지난 2년 간의 오점을 불식한다. 김정일과의 만남은 앞서 밝힌 대로 목을 매고 흥정하지 않으면 그들이 스스로 콜이 올 것이다.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때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남북정상 회담을 할 때가 아니다. 고공 공포증에 사로잡혀 비행기를 타고 1시간 거리의 중국 베이징에도 가지 못하는 겁쟁이가 국가보안법 폐지되지 않는 남한에 오지 않는다. 100억 불을 주어도 오지 않는다. <배부전 발행인>

미주통일신문.TV방송 simon@unity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