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하였다는 소위 ‘남북정상회담’ 뉴스가 이 정부 출범 후 두 번에 걸쳐 터져 나와 국민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지난 김대중 장례식 참석차 내려온 북한 조문단의 언론 플레이 때 있었고, 두 번째는 이번 미 국방부의 언론 브리핑에서 불거졌다.

우선, 두 번째 해프닝의 경위부터 알아보자.

미 국방부의 월리스 그레그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슬로바키아 순방을 앞두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동행기자 10여명을 상대로 배경설명을 한 후 브리핑 말미에 “북한이 취할 다음 수순이 무엇이겠는가?”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40여 분간 진행된 이날 브리핑은 한국, 일본의 국방, 안보현안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국 문제와 관련해선 전시작전권전환 시기연기 가능성, 아프가니스탄 전에 대한 한국의 지원문제,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위반여부 등이 초점이었다.

그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미사일을 쏘는 등 긴장국면을 연출했지만, 최근에는 다자회담 참석의사도 밝히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초청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초청하는 등 유화국면에 들어섰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 같은 방북 초청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의 전체 브리핑 내용은 당초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 18일 오전 7시)까지 엠바고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사흘이 지난 후 ‘이 대통령 방북 초청’ 발언이 워싱턴발로 18일 국내에 대서특필로 보도되자 청와대는 초청설에 곤혹스러워하면서 이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치적·전술적 고려를 깔고 진정성 없이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관한한 일관된 원칙과 민족적 대의에 입각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지만, 만남을 위한 만남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북한이 지난 8월 조문사절단을 보냈을 때 이 대통령 면담에서도 비슷한 뜻을 전했고,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한중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면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고, “정보공유 차원에서 미 행정부 쪽에 이런 일이 있은 것을 전달했는데, 미국 내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수석의 이와 같은 발언은 북측의 유화적인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초청거부라는 입장을 취해 남북관계 경색을 부추겼다는 과잉해석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치적 오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엄청난 이슈가 미 국방부 관료의 브리핑에서 나왔다는 점 등에 대해 백악관에 유감의 뜻을 전했고, 백악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조기진화에 발 빠르게 나섰다.

백악관은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한국 특파원들과의 전화통화를 요청해 해명이 이뤄졌다.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국방부 고위 당국자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specific) 방북 초청이 있었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하려고 한 것은 최근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맥락(context)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북한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방문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 외에 다른 구체적인 방북 초청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국방부가 잘못 브리핑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오해(misunderstanding)가 있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해프닝은 지난 김대중 장례식 참석차 내려온 북한 조문단의 언론 플레이 때도 있었다.

8월 24일자 모 중앙 조간지의 헤드라인은 ‘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희망’이 차지하였다.

그러나 이날 저녁 정시 TV 뉴스에서 청와대가 북한 조문단이 어제 남북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데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은 하루사이에 냉온탕을 오고 갔다.

북한 조문단의 일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2일 접촉한 정부 측 핵심인사에게 “이명박 대통령을 꼭 만나 뵙고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하고 싶다”고 하여 김 부장의 발언이 청와대에 전달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전부장, 원동연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을 30분 동안 면담했다.

청와대 측은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가 전달됐지만, 외교관례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혀 김정일의 정상회담 제의에 여운을 남겼다.

이번에 이와 같은 해프닝이 일어난 이유는 우리 정부당국이 정보공유 차원에서 미국 당국에 조문단이 구두로 전달한 김정일의 이 대통령 방북초청을 알렸고 미국 정부는 내부 간 정보공유 차원에서 미 국방부에 이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미 국방부는 이 정보를 게이츠 장관의 아시아 순방배경 브리핑 중에 가볍게 터치한 것이 언론에서 뻥튀김을 함으로써 확대된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김대중 평화재단의 초청으로 온 조문단을 면담한 데에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채널을 통하지 않고 정부와 국민을 이간질하려 사적으로 온 조문단을 발뒤꿈치로 차버리는 과감성도 보였어야 했다.

그래야만 그들도 우리 정부를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을 것이며, 이런 해프닝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배성관 nasayu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