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하면서 북한 독재정권을 없애는 쪽으로 밀어붙이자.
클로디아 로제트 논설위원(오피니언 저널)

                      2004년 2월 11일

"고르바초프 총서기, 만일 귀하가 평화를 원하고, 소비에트 연방과 동구권의 변영을 추구한다면, 그리고 귀하가 진정 自由化를 갈망한다면, 여기에 있는 이 門으로 오시오! 고르바초프 씨, 이 門을 여시오! 고르바초프 씨, 이 장벽을 무너뜨리시오!" 미합중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1987년 6월 12일

17년전 레이건 대통령이 베를린의 브란덴부르그 문 앞에서 이 연설을 했을 때, 그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만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직설적 표현이란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 연설을 하고 2년이 조금 지난 뒤,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처한 북한의 위기에 레이건의 이런 正義와 眞實을 동원할 것인가? 오히려 부시는 2002년 "악의 축" 연설을 하고서도 이제 곧 북경에서 제2차 6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2월 25일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남한이, 이 회담의 촛점이자 주빈인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을 예정이다. 이 사람들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까불고, 미사일을 길거리에서 街販해오고, 살인 수용소를 운영하는 북한의 폭군 김정일을 또 진정시키고 달래느라고, 그리고 돈으로 매수하려고 또 한 바탕 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이 반복해온 대북정책 식으로, 이번에도 워싱턴 관리들은, 10년전 평양정권이 폐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폐기하지 않았던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또 한 번 약속을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체재보장과 경제원조를 해주겠다는 모양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런 답답한 협상 틀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지난 역사에서, 제일 외교적으로 찬란한 순간이, 어떤 때는 제일 정직한 非외교적 발언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잊어먹은 것 같다. 레이건 씨가 일갈한 베를린 장벽 연설은 고르바초프씨만 들으라고 한 연설이 아니라, 소련연방에서 살던 국민들에게 들으라고 한 연설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만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 소련 국민들의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란 이 연설로 소련 국민들은 동요했고, 베를린 장벽만이 아니라 소련 제국도 무너졌다. 그리고 그 당시, 레이건 씨가 소련에 일갈했을 때, 소런은 분명히 핵폭탄과 장거리 유도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날 북한에서 신음하는 2천2백만 주민들을 위해서는 그런 구제방안이 없는 것 같다. 부시 씨는,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있고, 세계를 민주화해야만 安保가 확실하다고, 올바른 소리를 해왔다. 그리고 그는 이라크에서는 자신의 이 말을 실천으로 옮겼고, 중동에 자유를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북한의 살인정권을 상대하면서는, 이 장벽을 무너뜨리자"가 "우리 거래합시다"로 바뀌었다. 지난 일요일 부시는 "언론과의 만남"이란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라크에서는, 아니 그게 아니고, 북한에서는 외교정책이 이제서야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부시가 이라크와 북한을 잠깐 혼동한 실수 이외에는 - 그래서 김정일이 잠깐이라도 덜덜 떨었으면 좋았겠지만 - 도무지 진전이라니 무슨 진전이란 말인가? 북한은 그동안 오랜 세월, 우리들의 끝없이 순진한 숙맥 정책을 갖고 놀아나면서 할 짓을 다 했다. 2002년에는 우리에게 그동안 우라니움 농축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 시켜왔다고 하더니, 이제는 그런 일 절대로 없다고 시치미를 뗀다. 파키스탄의 핵 代父, 압둘 카디르 칸이, 북한이 우라니움 시장에서 그동안 부지런히 사고 팔았다고 불었는데도, 우리 쪽 특사 제임스 켈리씨는, 내가 그 전에 잘못 알아들었나, 자기 기억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정말 정신이 있나 없나, 해도 너무 한다. 북한은 그동안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했고, 낡은 핵원자로를 다시 가동해서, 핵폭탄 제조용 연료를 만든다고, 마치 마피아들이 공갈치는 것처럼, 미국 비공식 방문단에게 핵관광하러 오라고 초청까지 했었다.

이 핵관광단의 보고를 듣고, 우리 답답한 협상 팀의 구구한 假定에 의해서, 그리고 저희들 이익만 챙기는 독재국가 중국에게 어떻게 북한좀 달래보라고 기대는 비정상적 논법으로, 우리더러 계속 여러 차례, 북한은 곧 자체 내부개혁을 하려는 노력 중이고 핵무기도 포기할 것으로 믿어 달란다. 但 미국이 협조를 해준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이렇게 협조를 해주자. 앞으로 협상을 한다면, 북한에게 밀려서 북한식으로 하지말고, 우리 식으로 하자. 북한 김정일 패거리들에게 얼마나 퍼주면 되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 첫 번째 문제는 북한의 경제파국이다. 돈이 한 푼도 없으니까, 경제원조를 해달란 것이다. 어느 정도로 파국인가 하면, 지난 몇 해 동안에 2백만 정도의 국민들이 餓死했을 지경이다. 우리는 이 경제파국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 알고있다. 무역 세계화 시대, 하이테크 시대에서 이런 경제파국의 원인은 오로지 하나이며, 그 외에 원인은 있을 수 없다: 포악한 정권이 바로 그 원인이다. 우리는 그 해결책도 이미 잘 알고있다. 해결책은, 퍼주면 퍼줄수록 저희들 배만 채우는 이 정권에게 계속 식량이다 기름이다 지원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식의 지원 대신에 북한 정권에게 정말 잘 살고 싶으면, 진짜 자본주의를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해 보는 것이 어떨까. 우선 아담 스미스의 "富國論" 한 권을 갖다주고, 그 다음에는 F.A. 하이에크의 책들을 주고, 좀 더 읽기 쉬운 책을 준다면, 밀튼 프리드맨이 쓴 "자본주의와 자유" 란 책을 주어도 되고, 거기에 덧 붙혀서, 시얼스 백화점 상품목록 책과 미국 헌법 사본도 주라고 하자. 영어를 못 읽는다면, 한국어로 번역해서 주겠다고 하자. 그리고 그동안 체재 변경이란 홍역을 치룬 동구권 사람들을 敎師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하자. 이런 식으로 원조를 해주면, 최소한 김정일이 우리에게서 받은 원조로 제 배만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다음, 김정일에게 자신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과 측근들도 모두 한 배에 태워서 딴 나라로 망명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 해보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도망쳐갔던 하와이 같은 곳이 안성맞춤이겠다.

그리고 6자 회담 테이블 한 가운데에 거대한 센터 피스 종이를 펴놓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인종학살범들이 어떻게 法의 심판을 받았나 하는 것을 김정일에게 보여주자. 그리고, 북한에서 그동안 죄수들에게 화학무기를 생체실험했다는 증거문서도 내놓고, 산떠미 같은 영아살해 증언서류도 내놓고, 고문 기록, 김정일이 계획적으로 일정 지역 주민들을 餓死시켰다는 증거도 내놓자. 협상에 온 북한 관리들에게, 북한의 강제 수용소와 국가보위부를 만들어 놓고 운영해온 최고 책임자 15명 이름을 달라고 해보자. 왜 그러냐고? 우리는 그 명단을 뉴렘버그 재판에, 물론 한국말로 기재해서, 보내자는 것이다.

이 모든 협상 조건을 내놓은 다음,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유 아시아 방송의 그 잘난 1년 예산, 1백4십만불을 왕창 증액하기로 하자. 북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이 방송을 듣는다던데, 하루에 4시간만 방송할 것이 아니라, 24시간 온 종일 하자. 그리고 그 방송에서 이번 협상 조건도 모두 방송하자. (북한에서 수신을 통제하는 라디오를, 자유 아시아 방송이 수신되도록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한다. 200명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그 사람들중 반 정도가 외국방송을 청취했다고 나왔다.)

이렇게 한참 여러가지 조건을 내세운 다음, - 북한 대표들이 아직까지 회의장에 남아있는지, 방 밖으로 걸어나가 저희들 國營 플루토니움 저장소에 가버렸는지 상관 없다. 아마 그들은 걸린 것이 많아서 계속 엿듣고 있을 것이다 - 그런 다음에 김정일의 핵무기에 관해서 따지기 시작하자. 저 자들이 공갈협박으로 나온다면, 누가 세상에서 제일 민주주의 국가인지, 누가 제일 막강한 국가인지, 저 자들에게 잘 가르쳐 놓고, 그리고 우리 식으로 예의를 갖추라고 단속도 해놓고, 협상을 시작하자. 이제 북한을 상대할 때는 협상 테이블에서 레이건 대통령 식의 에티케트를 써먹을 때가 왔다. 
                                                                     <美.인권운동가 남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