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엔 공소시효를 배제한다.“
열우당 의원 1백여 명이 서명해 9월 국회에 내놓은 법안이다.
이 법안을 알기 쉽게 풀면 대한민국에 반역해 보안법 위반죄 등으로 죽었거나 매 맞은 사람은 죽이거나 때린 사람의 과오만 찾아내면 백년 후라도 복수할 수 있게 하자는 법률이다.
끔찍한 살인죄도 시효가 있는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을 했던 사람들에겐 공소시효를 없앤다.
대한민국이 이런 법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국가권력이란 뭔가. 사람도 죽이고 고문도 하는 것이 국가권력이다.
역사를 거슬러 가보라. 죽이고 때리지 아니한 권력이 어디 있나.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수백만 명을 죽인 건 스탈린이나 힛틀러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마오쩌퉁도 인민의 적, 반혁명분자라는 이름으로 수백만 중국 인민을 죽이고 때리고 병신 만들었다.

한민족도 예외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조선왕조 5백년기간, 수만 명이 반역죄로 죽었다.
조선시대 공신(功臣)이란 왕조로부터 상을 받고 특권을 누렸던 지배계급이다.
그런데 공신 중 근 3분의 1이 역적으로 몰려 죽었다.
역적질을 해서 죽은 것만이 아니다.
저 자가 살아있으면 역적모의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죽이기도 했다.

열우당 사람들이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6.25 때 조선인민군은 붉은 완장부대를 만들어 점령지를 다스렸다.
남로당 계열이나 머슴들이 왕초가 되는 완장부대가 악질반동이라고 점찍으면 소위 인민재판에 회부돼 죽었다.
인민재판이라는 게 뭔가. 동리 사람들도 불러모으고 완장부대가 죄상을 나열하고 악질반동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다른 완장부대가 죽이라고 선창하고 죽창으로 찌르고 몽둥이로 때리고 돌로 쳐 그 자리에서 죽였다.
물론 이런 공개처형 아닌 은밀한 처형도 병행됐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어땠을까.
국토를 수복하면서 완장부대와 그 동조자들에겐 부역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 시절 살아남기 위해 부역한 사람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부역자라는 딱지가 붙으면 붙잡혀 가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계엄하의 군사재판이었지만 무지막지한 인민재판과는 달랐다.
변호의 기회가 주어진 재판, 그래서 열명 넘게 ‘저들의 반동’을 처형한 노 대통령의 장인 같은 부역자도 사형 당하지 않고 감옥살이만 했다.

고문도 되돌아보자.
간첩에 고문은 정석이라고 했다. 간첩을 잡으면 접선할 자를 알아내야 한다.
접선 예정 시간 전에 알아내지 못하면 간첩선은 끊어지고 만다.
그러니 간첩이 순순히 입을 열기로 타협하지 않으면 고문한다.
단시간에 입을 열게 해야 하니까 혹독한 고문이다.
수사관은 이걸 고문이 아니라 간첩과 벌이는 전쟁이라고 했다.
대간첩 작전의 이런 고문이 고문의 시작이다.

박정희 시대- 보리고개를 넘고 김일성 체제를 따돌리고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 당면목표였다.
경제개발이 시작되고 산업화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김일성 체제엔 심각한 위협이었던 듯 하다.
마약, 무기 등 밀매로, 달러위조까지 해가며 번 외화를 ‘타도 박정희’에 쏟아 부었다.
간첩도 보내고 특공대도 보내고 고정간첩도 만들고 해외공작에도 돈을 물 쓰듯 쏟아 부었다.
그 시절 대남공작 지휘부엔 김정일이 있었다고도 했다.

박 정권의 공안은 김일성과 그 동조세력의 파괴공작을 막아내는 대간첩 작전으로 밤낮이 없었다.
간첩도 많이 잡았고 특공작전도 모두 막아냈다.
박 정권은 김일성과의 체제 경쟁에서도 승리했다.
김일성 체제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요새 그 시절 민주화로 포장했던 ‘위수김동’그룹들이 대한민국 파괴공작의 주역이던 김정일과 손에 손을 맞잡고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날을 세우고 있다.
공소시효 철폐론도 그 한 가닥이다.

억울한 죽음, 고문 안 하는 공권력을 지향한다.
억울한 죽음을 없게 하는 권력, 고문하지 않는 권력을 향한 투쟁이 역사다.
대한민국도 그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런데 무슨 한이 그리 많아 한풀이 못해 안달인가.

- 10월 12일  이영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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