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임에도 따가운 하루...그러나 공기는 맑고 하늘은 높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의 추석(秋夕)이다.

추석을 바로 앞두고 북한은 우리에게 "핵실험하겠다"는 ´폭탄선언´을 선물했다.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 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있어왔지만,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오늘 전해지는 뉴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르면 오는 8일 경에" 北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핵실험 예상 지역에서 차량과 장비 이동이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발 빠른 김정일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려는 모습이다.

미국은 UN안보리를 긴급소집, 북한 핵 실험시 대응 문제를 국제열강들과 토의하고 있다.
미국은 의지(意志) 차원에서는 결코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을 태세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북 군사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현재 미국은 이라크 전(戰)의 ´늪´에 깊이 빠져있고, 이란이 핵무장에 노골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어 힘을 한 곳으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또 中東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盧무현 정부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대북 금융제재도 반대하는 盧 정권이 (설사 북한이 핵실험을 완료한다 해도)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에 강력 반대하고 나설 것은 명약관화하다.

기술적으로 1994년에 고려되었던 핵시설 지역에 대한 "외과수술공격(surgical strike)"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나온 평가였다.

북한 핵시설이 어디인지 분간해내기 어려울 만큼 지역적으로 여러 곳에 그리고 地下에 분산돼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군사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정권에 대한 선전포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상되는 북한의 대남 응전(應戰)을 고려하면 결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북한은 현재 경제난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군대의 전투 사기와 능력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고, 최근 수년 전 보다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간 국방비도 55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정규군 100만과 500만 명에 달하는 준(準)정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보내주는 연간 50만t의 식량은 200만 명의 군대가 부족하지 않게 1년간 먹을 식량이다.
그동안의 대북 ´퍼주기´로 군량미도 충분히 비축되었을 것이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을 통해 들어가는 현금으로 각종 무기부품과 연료 등도 축적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를 겨냥하는 中短거리 미사일과 핵탄두, 생화학 무기까지 보유하고 실전배치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굶어죽어도 김정일은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그를 ´총대정신´으로 ´옹위´하는 핵심계층 700-1000만 명만 집중 먹여 살리면서, 이들을 앞세워 무력도발의 도박을 감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속셈에 바로 이러한 계산법 곧 미국이 쉽게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군사조치를 취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핵실험이 갖는 엄청난 파장과 폭발성 있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결코 속단은 금물이지만,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무장을 마무리함에도, 군사조치 없는 경제제재로 떠들썩하다가 그런대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좀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초강경 코멘트를 했지만, 냉정히 이성적으로 분석해 볼 때, 미국의 입장에서도 마땅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를 겨냥이라도 하듯, 김정일은 ´핵실험 선언´과 때를 같이하여, 북한군 대대장, 대대 정치지도원 등을 대거 집합시켜 놓고 이들을 독려하며,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기념사진 까지 촬영하는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향해 “기본 전투단위 대대 강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성공시키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직접적인 군사 제재를 회피해 나간다면, 김정일 정권과 북한군은 사기를 백배로 진작시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대남 무력 협박 전략에 나설 것이다.
더욱이 한미 간에 전시 작통권 문제로 동맹이 와해되고 한미연합사 해체가 임박해있다.

한국 내 친북 세력은 북한의 핵실험에 고무되어 친북反美 운동에 힘을 더 기울일지 모른다.
친북정권은 초기에는 ´핵실험 저지´ 운운하지만, 곧 또 다시 협상과 대화를 주장하며,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대북지원에 나서고자 할 것이다.
대북 현금줄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도 물론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최악의 시나리오다.

가능하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강력한 군사조치를 행사하여, 핵실험 기도를 저지함은 물론 김정일 정권 멸망의 기폭제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정상적인 한국민이라면 누구나 간절할 것이다.
그리하여 人權 지옥 속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을 구원하고, 자유민주 통일의 기회가 열리기를 간구할 것이다.

역사의 진로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영악한 인간들의 ´꾀´에 의해서 반드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 핵실험 기도를 둘러싼 향후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며, 상상 이외의 변수와 요인들로 얽혀져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변란(變亂)´과 ´변고(變故)´로 점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우리는 두려움과 겸허한 마음으로 사태를 주시해야 한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http://www.khh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