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으러 왔다 되레 체포
한국에서 거액의 빚을 지고 캐나다로 도주해온 채무자나 범법행위자들에 대해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캐나다가 범법자들의 좋은 도피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리를 저지른 일부 한국인중에는 캐나다에 도피해 있으면서 한국에서 이들을 만나보기 위해 방문하는 상대방을 오히려 공갈 및 협박 등의 명목으로 경찰에 고발함으로써 영문도 모른 채 철창신세를 지게 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민들은 최근 해밀튼에서 발생한 「납치미수」 사건을 계기로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를 엄격히 구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언론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지켜봤다는 한 독자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교민사회에서 채권채무 관계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지난해 교민사회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 부도를 내고 수십억원대의 빚을 갚지 못한 채 토론토로 도주한 한 채무자는 지난해 5월경 한국의 채권자 김모 여인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의 거주지를 전해준뒤 빚진 돈을 돌려주겠으니 토론토를 방문하라고 요청했다.

채무자의 소식을 듣고 캐나다에 입국한 김씨는 현지사정에 어두운 터라 자신의 아들이 캐나다유학 당시 알고 지내온 토론토의 한 교민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그러나 채무자를 만나기로 했던 약속장소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잠복해 있었고 김씨를 비롯한 이 교민은 공갈협박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노스욕의 한 교회에서는 신도들로부터 4만여달러에 달하는 보석금을 거두어 전달했다.

당시 이들을 도와주었던 토론토총영사관 관계자는 『보석금으로 철창신세는 면했으나 여전히 공갈협박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두 사람은 오는 5월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채권자의 나이가 적어도 60세는 넘었으며, 딱한 사정을 들은 일부 교민들의 도움으로 겨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빚을 진 채무자는 방문자 자격으로 2채 이상의 집을 구입한 뒤 토론토에 거주해오고 있으며, 이 사건을 빌미로 난민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교민은 『돈문제로 한국에서 캐나다로 도피한 이들이 우연히 만나 맞고소를 벌이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영사관측은 『이번 사건은 한국인 사회에서는 물론 주류사회에서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문제의 시발점이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민사관계인 만큼 공관으로서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종수 기자 okjscok@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