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위층의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그의 입은 내부사정을 파악하는데 있어 좋은 소스가 될 수 있다.

가장 예민한 문제인 권력세습에 대해 작년 10월 9일 일본 아사히 TV와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반대하지만 동생이 필요로 할 때는 외국에서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그럴 만한 내부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과 비교해 이번 28일 도쿄 신문과의 인터뷰는 강도가 높고 내용 역시 더욱 구체적이다.

그는 호텔 커피숍에서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인터뷰에서 세습에 대한 질문에 “중국의 모택동조차 세습은 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에 어울리지 않고 아버지도 반대였다. 세습은 국가체제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북한이 불안해지면 주변국가들 역시 불안해 진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으로 권력승계는 김정일의 동의가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김정일의 작품이 아니라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북한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권력의 두 기둥은 군부와 노동당이다.

당을 대표하는 장성택의 권력승계를 군부가 시기할 것이고 군부를 대표하는 이영호 총참모장의 권력승계를 당이 질투할 것이며 따라서 그 타협점이 김정일도 마다하지 않을 김정은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3대 세습을 용인했느냐는 물음엔 “세습을 인정했다기보다는 북이 선택한 후계구도를 지지한 것”이라고 답한 것에서 저간의 사정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일 사망후 김정은 체제의 붕괴는 김정은이 결정적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김정은도 통치술을 익혀나가 권력을 장악해 나갈 것이다.

그는 우라늄 농축 등을 포함한 핵개발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국력은 핵에서 태어나고 있어 미국과의 대결상황이 있는 한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으며 미·북 수교 등 극적인 반전이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미·북 양자회담에서 핵 폐기가 먼저냐 미·북 수교가 먼저냐를 두고 무한논쟁이 계속될 수 있으며 여기에 한·미 동맹의 해체문제가 개입되므로 미·북 수교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따라서 핵 폐기도 요원할 것이다.

논리적 결론은 북핵 폐기는 불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남북한이 여전히 교전중(휴전중)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핵 보유와 군사우선 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권력핵심부에 강경세력인 군부의 발언권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포격결정이 군부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생활상에 대해 그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생활이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경제를 회복해 윤택하게 살기를 바란다. 화폐개혁은 실패했다. 개혁개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경제대국이 될 수 없다. 북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다. 그 후 본격적인 경제재건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화폐개혁과 경제건설의 실패를 인정하고 개혁개방이 살길임을 권력핵심부에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제재건 여건이 한반도 평화정착임을 전제하여 군부강경 세력에 대한 불만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에 대해선 “주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해 북이 안정되고 주민생활을 풍부하게 하길 바란다. 연평도 사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연평도 포격이 김정은의 세습과 관계가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어 “동생에 대한 나의 순수한 바람이다. 동생에게 도전하거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임으로써 김정은의 후계체계가 공고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정남의 인터뷰가 사전에 북한 권부와 조율한 후 이루어진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북한 집권층의 내부사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