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 이후 부산구치소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형을 확정 받지 않은 미결수의 수용시설이란 점에서 인권침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73년에 지어진 부산구치소는 전국 44개 교정시설 중 가장 낙후 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또 강한 외풍이 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난방장치라고는 수용거실 밖 복도에 설치된 연탄난로 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서울구치소 등 최근 지어진 다른 구치소는 히터 등 난방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부산구치소와는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00년 3월 교정시설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2001년까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내 연탄난로를 스팀 난방으로 바꾸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열악한 시설에서 여름을 보내기는 더욱 힘들다. 화장실을 포함한 2.2∼4.34평의 방에 5∼13명까지 수용되며 냉방시설로는 고작 벽에 붙은 작은 선풍기 하나가 전부다.

또 여름엔 낡은 마루바닥 아래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와 쥐벼룩을 비롯해 모기 파리 등 해충이 들끓고, 특히 이부자리는 1주일에 한번만 털게 돼 있어 기관지가 좋지 않거나 비염이 있는 수용자들에겐 그야말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현재 2천500명 이상이 수용 중인 부산구치소에는 전문의와 공중 보건의 각 1명만이 상주하며 야간에는 단 1명의 의사도 없어 지난달 2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부산구치소장에게 구치소 내 장비 또는 인력부족을 지적하고, 의료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체계 구축을 권고하기도 했다.

부산지검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지어진 구치소의 경우 구조 자체가 복도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이 방 전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부산구치소는 교도관이 굳이 방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수용자들의 행동을 파악할 수 없다"며 구치소내의 잘못된 구조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구치소 관계자는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자 매년 법무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누락 돼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정근 기자 by0686@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