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 회담의 최고 수혜자는 김정일이다.
3차까지 오면서 6자 회담이 깨진 원인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데드라인 때문이었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하기 전에는 어떠한 약속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북한은 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안전보장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중재안 1항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나머지 5개국은 경제협력과 안전보장, 북미 및 북일 관계정상화를 추진한다.”에 6개국이 합의했다.

김정일이 핵을 포기할 경우 이에 반발세력은 군부인데 군부의 관심사는 안전보장이다.
그런데 중재안 1항에는 지금까지 북한이 요구하던 모든 것을 미국이 수용하여 군부의 반발소지를 없앴다.

그럼에도 1항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 않은 2항 “북한이 현 상황에서는 평화적 핵 이용을 할 수 없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 이후에는 가능할 것”을 거부이유로 들어 휴회가 되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속셈은 무엇일까?
북한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체제보장이다.
안전보장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실질적인 체제보장이 급선무이며 체제보장의 현실적 구현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이다.

그래서 6자 회담 중 미국과의 막후협상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11일에 중앙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자기들의 본심은 평화협정 체결에 있다는 뜻이다.

밀어붙이는 김에 부시를 더 밀어 6자 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심뽀이다.
부시를 얕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화가 난 부시는 9일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金正日을 ‘미스터’의 경칭을 붙이지 않고 막 불렀다.
부시는 6자 회담 재개의 목표가 서 있는 시점에서는 부르는 방식에 신경을 써가면서 경칭을 붙인 바 있다.

이제 부시와 김정일의 배짱싸움, 기세싸움의 국면으로 들어섰다.
북한으로서는 시간을 끌다가 중재 안을 받아도 밑져야 본전이며, 시간을 끄는 동안 남한에서는 우익이 무력화되고 연방제로의 통일분위기는 익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김정일은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는 복안이다.
과연 부시는 이를 용납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배성관